감자(감저, 甘藷, potato)는 산업은행 시험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로, 남아메리카의 페루와 에콰도르 등 안데스산맥 일대가 원산지다. 일반적으로 땅에서 캐기 때문에 고구마나 당근 같은 뿌리작물로 알지만, 사실은 줄기의 일부로, 땅속에서 줄기가 자라면서 그 줄기 사이에 감자가 생긴다. 기원전 3천여 년 전부터 재배해 왔으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항로 개척 이후 옥수수, 담배, 토 익금과손금 마토, 고추 등과 함께 유럽에 들어왔고 이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감자를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로 불과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래 경로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북방 전래설로 조선에서 산삼을 캐기 위해 숨어들어온 청나라 사람들이 식량으로 신한마이카 중고차 먹으려고 몰래 산간 지역에 재배하면서 들어왔다는 설이다. 청나라 사람은 장거리 이동 시 쌀과 같은 양식을 메고 다니기 어려워 길목 길목에 감자를 심어 비상식량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함경도에서 '감자가 강을 건넜다'는 말이, 청나라 심마니가 국경을 넘어 감자를 심는다는 뜻이었다고 기 햇살론 무직자 록돼있다. 이는 대체로 1824년(순조 24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남방 전래설이 있다. 1862년에 쓰인 김창한의 '원저보'(圓藷譜)에 따르면, 1832년(순조 32년)에 전라도 해안에 표류했던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Load Amherst)호에 타고 있던 독일 선교사 귀츨라프(Gutzlaff)가 감자 종자와 한문으로 쓴 재배법 사금융대환이자 을 전해줬다는 기록이 있다. 감자는 전래 이후 수십 년 만에 전국적으로 보급됐고, 흉년이 들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는 중요한 구황작물 역할을 했다. 한반도에서는 특히 강원도 지역이 감자로 유명한데, 이는 1920년대 초에 강원도에서 농업 연구를 하던 독일인 매그린이 개발한 품종(난곡 1호 ~ 난곡 5호)이 1930년대 강원도에서 대규모로 재배된 데서 비롯됐다. 강원도의 기후조건이 감자 재배에 적합하고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아, 쌀을 경작하기 어려웠던 이 지역에서는 화전민을 중심으로 감자가 주식으로 재배됐다. 1930년경에는 '남작'(男爵, Irish Cobbler)이라 불리는 신품종 감자가 일본을 통해 들어와 보급되며 많이 재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감자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국토가 황폐해진 상황에서 당장 먹거리를 확보할 대안이 필요했다. 이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의 특성 때문에 많은 농경학자가 감자를 추천했다. 1975년에 '수미'(秀美)라는 미국 품종이 도입돼 현재까지 전체 감자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시설을 활용한 내륙의 겨울 시설재배와 제주도의 가을 재배가 이뤄지면서 연중 신선한 감자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감자 생산지를 보면 강원도가 전국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며, 2위는 제주도다. 강원도의 감자 재배면적은 4천734㏊이며, 그중 평창(1천336㏊)과 홍천(716㏊)에서 특히 많이 재배된다. 얼마 전 강원대학교 생명건강공학과 임영석 교수가 개발한 '통일감자'(Happy King)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에 감자 혁명이 일어났다는 평가도 있다. 수확 후 짧은 기간이 지나면 바로 다시 파종할 수 있으며, 봄·여름·가을·겨울 하우스까지 전국 모든 곳에서 재배할 수 있는 혁신 품종이다.
통일 감자 [강원대학교 제공]
모양이 예쁘고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지역과 재배 시기를 불문하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 농민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조상은 이 땅에 나는 온갖 농작물로 술을 빚었는데, 감자로도 빚었다. 감자는 전분이 많아 외국에서는 보드카의 주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맥주를 만들거나 전통주를 양조하기에는 발효가 까다로워 흔하게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술 제조가 활발해지면서 감자를 이용한 술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감자로 만든 술은 오대서주양조장의 '평창 서주 감자술'과 농업회사법인 한스팜의 '평창 감자막걸리'가 있다. 그 외 맥주로는 강원도 춘천의 감자아일랜드가 만든 감자 맥주, 홍천 농담브루어리의 감자맥주 '감자바우비어', 그리고 속초의 몽트비어가 만든 '강원 감자맥주 쟈니'가 있다. 오대서주양조장의 평창 서주 감자술은 감자(약 70%)와 백미(약 30%)를 누룩, 정제수와 함께 사용한 약주로, 청와대 만찬주와 명절 선물로 선정될 만큼 품질과 맛을 인정받았다. 강원도 화전민이 감자 농사를 지으며 감자로 술을 빚어 먹었다고 해 그들의 애환이 담긴 술이다.
평창 서주 감자술과 평창 감자막걸리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잊혀가던 감자술을 정부의 전통주 복원 및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1990년 오대서주양조장 홍성일 대표가 전통 민속주 제조면허를 받아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한스팜 주식회사는 봉평메밀막걸리와 메밀소주, 한빛청주로 유명하며, 평창의 쌀과 감자, 해발 600m 암반수로 평창 감자막걸리를 빚고 있다. 봄 감자를 쪄서 쌀과 함께 빚어 감자의 달콤한 맛과 쌀의 담백한 맛,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감자아일랜드는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둔 수제 맥주 양조장 겸 로컬 브랜드이자 강원대 학생창업 기업이다. 강원도 지역 특산물인 감자를 활용한 수제 맥주가 시그니처 메뉴이며, 옥수수, 당근, 토마토 등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 특색 있는 맥주와 음식을 개발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몽트비어는 속초에 위치한 수제 맥주 양조장 겸 펍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개성 있는 로컬 맥주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감자맥주 외에도 10여 가지 맥주를 만들고 있다. 홍천의 농담 브루어리는 홍천에서 '맥주학교 농담'을 운영하며 수제 맥주 양조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맥주와 증류주를 제조 중이다.
감자맥주, 자바우비어, 강원감자맥주 쟈니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2024년 7월에는 폴란드의 유명 보드카인 쇼팽 보드카 대표 타데우시 돌다(Tadeusz Dorda)가 홍천을 방문해 '쇼팽 포테이토 보드카'를 홍천에서 생산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도 했다. 쇼팽사는 공장 30㎞ 내에서 감자를 캐 3일 안에 술로 만들고 있는데,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홍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감자 역사는 짧고, 감자술 종류도 많지 않다. 앞으로 더 좋은 양조기술이 개발돼 훌륭한 감자술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만큼 우리 전통의 술빚기는 깊은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