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9일) 오후 4시30분 대통령실에서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관계 부처를 불러들여 한미 관세협 동양종합통장 상 관련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추석 연휴인 지난 5일·7일·8일에 이어 이날 회의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수장들도 함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샌드위치 데이'인 10일 공식적으로 연차를 낸 이 대통령도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고 필요한 일정은 이어가겠다는 카드 연체시 계획이다. 지난 7월 말 한미 간 큰 틀의 합의는 있었지만 한미 관세협상은 두 달 이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세부 이행 내용을 두고 미국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온 탓에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간 미국 측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펀드에 대한 세부 사항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전달했고, 이후 정부는 미국 측의 무리 품목수 한 요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담아 수정안을 보냈다.
전날 고위급·관계 장관 회의에서는 지난 4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대면 보고 내용을 기초로 후속 대책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6일 귀국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힌 만큼 교착 상태에 놓였던 관세 협상이 보다 진전된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다만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미 금융 패키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가 함께 회의하는 것"이라며 "급속한 상황 전환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20여일 앞으로 다가온 APEC 정상회의…한미, 미·중 정상회담 중고차매입 '빅 이벤트' 대비
10월 말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도 한미 관세협상 못지않은 현안이다.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첫 다자무대다. 21개 회원국 정상단이 참석하며 한미, 미·중 정상회담 등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외교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통상협력 복원 등을 주요 의제로 조정자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APEC이 과거의 모든 APEC을 뛰어넘는 '초격차 K-APEC'이 되도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째 만남에서 관세협상의 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방한해 서로 마주 앉는다면 한국은 미·중 간 '가교(bridge)'를 해낸 국가가 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방한해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한미, 미·중 정상회담을 소화한 뒤 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출국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며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APEC을 앞두고 새로운 국면을 맞은 한일 관계도 이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자로 조만간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등 이시바 총리와는 결이 다른 극우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셔틀 외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소통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국정자원 화재 복구·이스라엘군의 한국인 나포 문제 해결도 시급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복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화재로 중단된 전산시스템 709개 가운데 193개의 복구 작업을 마쳐 현재 전체 복구율은 27.2%(9일 오전 6시 기준)다. 정부는 추석 연휴 동안 공무원 220명을 포함해 사업자 상주 인원 570명, 기술지원·분진제거 전문인력 30명 등 8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정자원 화재 이후 이 대통령 부부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 시점을 두고 추석연휴 내내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화재 이후 밤새 관계 부처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비상대책회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등을 주재했으며 K푸드 세계화를 위한 목적으로 28일 오후 약 3시간 정도 시간을 내 녹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잃어버린 48시간' 의혹 제기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 녹화 시점이 부적절했다며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인이 탑승한 선박이 가자지구에 접근하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일과 관련한 후속 조치도 과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라고 지시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과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등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가자지구에 접근하던 국제 구호선단 선박 11척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 선단에는 한국 국적 활동가 김아현씨 등이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