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게임ㆍ문화 플랫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양쪽의 요구와 압박을 지렛대 삼아 줄타기를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보름 앞둔 15일, 여권 핵심 관계자가 한겨레에 한 말이다. 이번 아펙 정상회의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참가국들의 관심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존과 상생의 국제질서를 위한 각국의 모색과 노력이 어느 정도 수위의 문서적 합의로 도출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최국의 의지와 마이너스통장 최저금리 능력을 벗어난 문제다. 미-중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으로선 두 강대국 정상을 상대로 고도의 전략적 합리성을 발휘해 가능한 최대의 실익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펙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한-미 정상회담, 11년 만에 방한 역모기지론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잇달아 소화해야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개념과 구호로 존재해온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현실에서 실행해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실전의 시간을 마주한 것이다. 변수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해진 미-중 갈등이다. 그 불똥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의 상징인 한화오션 미국 계산기 자회사들로 튀었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쉬핑 등 한화오션 자회사 5곳에 중국 내 조직·개인과의 거래 금지 등 제재 조처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런 무역 갈등 이슈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 테이블에도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보호주의와 통상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요청하는 목소 아파트대출금리 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당연히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기회 요인으로 만들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지금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선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같은 성과 파산법원 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여권의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목표가 과하면 탈 난다. 지금으로선 소원해진 양국 관계에 신뢰의 벽돌을 하나 더 쌓는다는 태도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론 ‘대국 기질’을 중시해온 중국 외교의 “큰 보폭”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한국을 찾는 게 11년 만이다. 지난 정부에서 껄끄러웠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오는 만큼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에겐 한층 껄끄럽고 부담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세워준 ‘페이스메이커론’과 ‘마스가 프로젝트’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데 급급했던 8월 정상회담의 확장판이 된다면 ‘실패한 회담’이란 비판을 비켜 가기 어렵다. 국내 여론은 ‘성공의 마중물’이 아닌 ‘성공적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만, 정부는 아펙 정상회의 전 협상을 마무리 짓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우리의 목표는 수비 포지션이고, 미국 쪽의 무리한 요구를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이익이 상충하는 통상 이슈 대신 한·미·중의 공동 관심사인 한반도 문제 대응을 회담 전면에 내세우는 게 안전한 선택이라고 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문제는 주변 4강의 지지가 없이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국제 외교행사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그가 원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서도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한반도 이슈가 갈등의 완충제이자 합의의 촉매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사절단을 이끄는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문제 부총리의 방한도 외교적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대통령이 오베르추크 부총리와 일대일 접견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단절됐던 한-러 외교가 정상 궤도를 찾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선 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우해 남북관계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춧돌이 하나씩 놓이고 있는 셈이다. 엄지원 서영지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