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었던 성철 스님(1912~1993)은 현대 선불교의 거목이자, 수행과 청빈을 실천한 선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 태어난 한국인 대부분이 그렇듯이 성철 스님도 해외에는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으며, 모든 활동은 전적으로 한국 내에서 이뤄졌다. 그런 성철 스님이 중국 서안의 대안탑, 고대 인도의 나란타 대학과 아잔타 석굴, 심지어 이집트 피라미드와 파리의 에펠탑 앞을 유유히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자는 물론, 성철 스님을 기억하는 일반인에게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바로 인공지능(AI) 덕분이다.
10월에 방영되는 BTN 불교TV의 퇴직금야근수당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에서 인공지능(AI)으로 되살린 성철 스님이 인도 아잔타 석굴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BTN 불교TV 제공
BTN 불교TV는 내달 15일부터 방영되는 프로그램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의 배경 화면으로 성철 스님의 해외 여행 장면을 넣어 시청자들의 여신금융협회 가맹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성철 스님이 1967년 동안거부터 1982년 하안거까지 매 안거 기간 불자들에 들려준 법어를 정리한 ‘본지풍광(本地風光)’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스님의 법어가 생동감 있는 모습과 함께 시청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 근로자생애최초주택구입 (81)이다. 원택 스님은 22년간 지성으로 스승을 시봉했고,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힘써왔다. 불교TV에서 성철 스님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마다 자료를 제공해 오던차,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스님의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23년 광복 78주년을 맞아 독립기념관에서 공개된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AI 휴대폰연체자 이미지 복원 사례를 떠올리며 AI 기술을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종단의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녔는데, 소식을 들은 서재영 박사(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서 박사는 “AI 기술을 찾아보다가 성철 스님의 사진으로 움직이는 영상 클립을 제작할 수 있는 적당한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며 몇 가지 샘플을 원택 스님에게 보여주 추석 할인 이벤트 었다. 사진 속 성철 스님이 실제로 말하고 손짓하는 모습을 보자, 원택 스님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서 박사의 지원으로 AI 제작 기술이 점점 발전해 100컷 가량을 만들어 TV 화면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성과를 두고 원택 스님은 “국가사업의 ‘AI가 만드는 독립운동가’ 프로젝트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성철 스님은 재세시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다. 열반에 들기 전 제자에게 남긴 말씀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스님은 또 평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로 수행의 본질을 간결하게 표현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