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상장폐지 직전 ‘완벽한 엑시트’…의혹의 핵심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검은 2010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태양광 소재업체 네오세미테크의 비상장 주식을 상장폐지 직전 전량 매도해 1억58 부산 재개발 74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네오세미테크는 2009년 10월 우회 상장했으나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2010년 3월 24일 거래가 정지됐고, 같은 해 8월 상장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약 7000명이 4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 분식회계를 알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반면, 민 특검은 거래정지 직전 주 인천우리캐피탈 식을 처분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민 특검이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분식회계 적발 등 미공개 정보를 접했을 가능성이다. 네오세미테크 대표였던 오모씨는 민 특검과 대전고·서울대 동기다. 사외이사였던 양재택 변호사도 동기동창이며 민 특검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다. 오씨는 분식회계가 적발될 것을 알고 자동차할부금계산기 2010년 3월 3일부터 23일까지 차명 주식 24억여원어치를 매도하고 도피한 혐의로 2016년 징역 11년형이 확정됐다. 오씨가 분식회계 들통 사실을 인지한 것은 회계법인이 현장실사를 통보한 2010년 2월 26일이다. 민 특검의 매도 시점이 바로 이날부터 거래정지 알림일인 3월 24일 사이로 나타나면 학연을 통해 미공개 정보를 접했을 개연성이 커진다. 지방세 특검 해명했지만 의혹 가라앉지 않아 특검팀은 지난 17일 언론 공지를 통해 “민 특검은 2000년 초 회사 관계자가 아닌 지인의 소개로 해당 회사에 3000만∼4000만원가량 투자했다가 2010년경 증권사 직원의 매도 권유로 1억3000여만원에 매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도를 권유한 증권사 직원과 업체를 추천한 지인이 누구인지, 정확한 매도 시점이 언제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 특검은 오 대표와의 친분 여부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파장이 컸던 만큼 금융당국이 범죄 의심 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했을 터라 민 특검이 부정거래를 했을 공산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증권선물위원회가 2010년 10월께 네오세미테크의 미공개 정보로 손실을 피한 이들을 파악해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같은 의혹으로 수사하는 특검…정치 쟁점화 문제는 네오세미테크가 지난 8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팀의 대면조사에서도 언급됐다는 점이다.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른다”며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특검팀은 그가 2009년 네오세미테크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에 투자한 사실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네오세미테크 주식을 거론하며 “일단 오늘 공매도 하는 걸로 (나만) 먼저 받았다”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해 조사 과정에서 제시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상장 예정일 하루 전 공매도할 수 있는 특혜를 받은 것 아닌지 의심했다. 다만 해당 내용은 지난 8월 29일 기소 단계에서 배제됐다. 국민의힘은 민 특검이 유사한 의혹을 받는 만큼 주가조작 혐의 등을 규명할 자격이 없다며 특검의 수사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박성훈 국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특검과 특검 수사 대상자가 같은 의혹을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남의 주식 거래를 캐묻던 그 손으로, 정작 본인은 같은 종목에서 시세차익을 챙겼다니 이미 특검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힘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중기 특검의 네오세미테크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의혹과 공무원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즉각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민중기 특별검사와 채희만 검사 등 수사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이은 악재로 ‘갈수록 태산’
김건희 특검팀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파견검사 전원이 원대 복귀를 요청하면서 특검팀은 인력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수사 중이던 양평군청 공무원이 사망하면서 ‘강압 수사’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달 초에는 ‘통일교 의혹의 정점’ 한학자 총재 변호를 맡은 전관 변호사와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25분간 사적으로 만나 차담을 나눈 것으로 드러나 특별대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민 특검이 과거 서울중앙지법원장 당시 배석판사를 맡아 친한 사이로 전해졌다. 당시 민 특검은 “이 변호사가 한 총재가 아닌 다른 이의 사건으로 담당 특검보를 만났고, 돌아가는 길에 인사를 한 것”이라며 “우려와 지적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모든 면에서 더 완벽한 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 신뢰 추락…의혹 해소 여부 주목 수사 총괄자가 직접 연루된 주식 의혹은 파견검사 집단 항의, 양평 공무원 강압 수사 의혹 등 특검팀이 겪은 기존 논란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와 ‘정교유착’ 의혹 수사로 코너에 몰린 국민의힘은 민 특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석연치 않은 주식 거래로 억대 차익을 낸 민 특검의 의혹이 정치 쟁점화하는 양상이다. 특검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특검이 정확한 매도 시점과 관련 인물들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네오세미테크 의혹 수사가 진전되지 않은 데 대해 민 특검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여사와 네오세미테크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특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언론에 구체적인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한 지난 8월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