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우주에 관심을 가질까? 우주에 대한 관심 또는 호기심은 크게 두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하나는 인류와 지구를 태동시킨 우주의 진화 과정을 탐색하는 쪽으로, 다른 하나는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 새로운 기회를 도모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전자는 우주의 진화에 관한 과학과 이론을, 후자는 우주를 탐사하고 개발하는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켰다. 전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후자는 현재와 미래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드라마 2010년대 이후 우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 우주산업 성장을 가속하는 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의 규모는 지난해 6천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세계 우주산업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애초 2040년대에서 2030년대 초반으로 앞당겼다. 성장의 두 축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로 대표되는 민간 우주벤 서울 개인돈 처 붐과 중국의 우주굴기가 형성한 미-중 대결 구도다. 2023년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발사체와 발사장, 위성이라는 3대 핵심 하드웨어를 다 갖추게 된 한국에서도 우주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11월27일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가 연료 등을 공급하는 엄빌리칼타워(왼쪽 녹색)에 장착돼 기립해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국내 학계와 산업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국내외 우주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의견을 나누는 학습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우 우리저축은행 주 전문 미디어인 스페이스레이더의 박시수 대표다. 외국 우주전문매체의 국내 특파원으로 활동하다 독립한 박 대표는 “몇년 전부터 우주에 관한 정보량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보의 홍수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헤쳐나가려면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제안하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해 2년째를 맞은 이 모임에 ibk자산운용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우주와 관련이 있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주안보 문제를 고민하는 퇴역장성, 우주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한 수학자, 우주정책을 조율하는 관료, 우주기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벤처투자가, 우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기업 임원, 우주 뉴스를 다루는 언론인 등등이 참여 회원들의 면면이다. 연령대도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우주학습모임에서 한 발표자가 공유한 우주상황인식(SSA) 관련 자료의 일부.
국내 우주 생태계 구축에 작은 역할 기대 학습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갖는다. 회원 대부분이 하루 일과가 빠듯한 관계로 학습은 야간에 진행한다. 처음엔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는 각종 보고서를 서로 공유하고 발표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요즘엔 외부 인사를 초청해 관심 분야의 흐름을 직접 청취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예컨대 5월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를 초청해 우주상황인식(SSA)과 우주영역인식(SDA)의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봤고, 6월엔 달 탐사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를 초청해 개발 과정에서 경험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토론 열기가 높아 거의 매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다. 회원간 신뢰를 위해 모임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는 모두 철저하게 ‘오프 더 레코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원들이 대부분 각자의 영역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분들이어서, 민감한 부분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모임만 하는 건 아니다. 친목도 도모하고 좀 더 자유로운 토론을 하기 위해 오프라인 모임도 연다. 최근 열린 오프라인 모임에선 국내 발사체나 위성 산업의 현실과 함께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통신용 주파수 문제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우주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 오가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회원들은 정기 모임과는 별도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각자가 참석한 학술회의 내용이나 새롭게 접한 우주 관련 정보도 수시로 교환하면서 우주 커뮤니티로서의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올해 정년을 맞아 교수 생활을 끝내고 우주 스타트업 경영에 전념하기 시작한 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는 우주학습모임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이야기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어서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주산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논의하는 커뮤니티 기반은 매우 취약한 편”이라며 “앞으로 학습모임 규모도 키우고 내실도 더욱 다져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