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러시아의 권력 확장에 저항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역사적 의무가 있다.”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드 스웨덴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자국 외교단 연설에서 외교 전략을 밝히면서 꺼낸 발언이다. 그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러시아와의 장기적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라고도 밝혔다. 스웨덴은 그해 3월 210년에 걸친 중립국 노선 대신 나토 가입을 신용보증기금 창업대출 통해 서방 집단 안보 체제 일원임을 공식화했던 터다. 당시 이제 막 중립국 노선을 벗어난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장기화에 대해 직설적이고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나토 회원국 결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스웨덴 외교 노선은 현재 이 44세 여성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팬오션 전임자 토비아스 빌스트룀 전 외교장관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빌스트룀 전 장관이 2022년 10월 출범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서 첫 외교장관으로 나토 가입을 매듭지었다면,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직설적인 발언을 통해 나토 내에서 스웨덴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직설 화법으로 나토 내 존재감 과 퇴직금 3개월 시 “러시아와 장기 대결 준비해야” 1981년생인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보수 정치권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조인 경력을 거쳐 의회 입성 10년 만에 외교장관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중도우파 성향인 온건당에 몸담은 그는 2014년 스웨덴 의회에 북부 및 동부 스코네 선거구 대표로 선출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의회에서 온건당 이 할인반환금 민 및 사회보험정책 대변인 등을 맡았다. 정치 입문 8년 만인 2022년 10월,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내각에서 이민·난민정책부 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우파 정당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강화된 이민 정책을 실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온건당 소속이면서도 스웨덴 민주당과 협력해 이뤄진 정부의 이민정책 개혁의 얼굴이 됐다. 난 햇살론 창업대출 민 신청 규정을 강화하고 난민 수용을 축소하는 이민 제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리아 말메르 스웨덴 스테네르가르드 외교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도중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대회를 나누고 있다. 유엔 제공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올해 1월 국방회의 연설에서 “스웨덴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를 제약하는 데 집중한다”라며 “우리 나토, EU, 스웨덴은 러시아와의 심각한 갈등과 대결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원하거나 선택하거나 초래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지도부가 한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올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침략자이며, 침략은 결코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다.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도 마찬가지다.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법적 의무”라고 발언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5월 스톡홀름 차이나 포럼에서 “ 러시아와 북한 간의 심화된 군사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결과를 가져오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선 “스웨덴, EU,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중국의 조력에 비판적”이라며 “이는 유럽 안보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유럽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한국 유럽 안보 긴밀히 연계…안보협력 강화 시사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 배우자 다니엘 왕자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5 대통령실 제공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을 보였다. 그는 “옳고 그름,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갈등에서 답은 중립이나 비동맹이 아니라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 부부 방한 일정에 맞춰 15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았다.
방한한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 내외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0.15 뉴시스
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한국과 유럽 간 안보가 얼마나 상호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라는 사실도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국가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며 “이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무런 도발 없이 다른 유엔 회원국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같이 국제법과 규칙 기반 세계 질서를 지지하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정말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평화와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러시아가 유럽연합과 유럽에 최소 한 세대 동안 장기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 중은 아니지만 평화 상태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다른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돕고, 기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토 신생 가입국인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더 강한 결집을 요구하는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전쟁도 아니지만 평화도 아냐”
16일 마리아 말메르 스웨덴 스테네르가르드 외교장관 인터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스웨덴 국민과 북유럽 전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국가가 공동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 이전만 하더라도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210년간 중립 정책을 고수해왔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피하기 위해 중립 노선을 택했고, 냉전 시기에도 이를 유지했다. 덕분에 나치 독일의 침공을 모면하는 등 유럽이 전쟁 소용돌이에 빠져들 때에도 . 냉전 유럽에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영세중립국을 제외하고 가장 중립국다운 중립국으로 평가받았다. 스웨덴에서 냉전 시기 소련의 팽창 위협 속에서 군부를 중심으로 서방권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주장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민 여론은 오랜 중립국 노선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 나토 가입 주장이 힘을 받지 못했고, 스웨덴은 냉전 붕괴 후 1990년대 스웨덴은 외부 침입 걱정 없이 육군의 90%를 줄였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핀란드에 이은 스웨덴의 나토 합류로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의 호수’가 됐다. 러시아 해군의 핵심 전략 거점인 발트해를 나토 8개국이 완벽하게 둘러싸게 된 것이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접해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로 평가받는 만큼 나토 측은 핀란드와 스웨덴 가입을 통해 이를 억제할 만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 고틀란드섬을 주축으로 러시아 위협에 맞선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북극해 전략을 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서방은 판단한다. 스테네르가르드 외교장관도 나토 협력 과정에서 스웨덴의 전략적 입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웨덴은 2030년까지 군사 분야 투자를 GDP 대비 3.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과의 안보 및 산업 협력 강화 시사 스웨덴은 사브(Saab)의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 체계를 보유한 방위산업 강국이기도 하다. 그는 “스웨덴은 나토에 좋은 지리적 위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양 문화와 방공 분야에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방위산업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16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위산업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언급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인터뷰 중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동맹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에 대해 “이 문제는 안보적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 광물과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과 스웨덴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방위비 부담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은 나토 5조를 지킨다는 입장이 명확하고, 동맹국에 설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나토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회원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미국은 유럽이 국방에 더 많이 지출하고 동맹 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지도록 노력해왔다”라며 “유럽도 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지금부터 투자해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