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의 상담 통계에 따르면, 공소시효가 만료된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 최소 48명(64.9%)은 상담을 받기까지 17년 이상 걸렸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 38.8%가 피해 당시 14세 이상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는 친형제·의형제·부모·사촌·삼촌 순으로 많았으며, 가해자의 가해시 연령대는 20~60대가 절반을 차지한 반면 피해자의 피해시 연령대는 8~13세가 절반에 달했다. 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는 이미 UN이 권고한 사안으로, 피해자들이 수십 년이 지나서야 상담을 시작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친족 성폭력은 가정 내에서 은폐되기 쉬운 범죄로, 가족 관계 안에서 발생한 폭력에 경찰이나 이웃이 개입하지 않으려는 문화 역시 문제"라며 "법 체계에서 공소시효는 여전히 형식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어 피해자의 시간 감각이나 트라우마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시효 폐지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는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주거·생계·신분 등록 제도 등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 폐지와 함께 실질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합의 부재"…국회 계류 중인 법안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6월 발간한 '미성년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적극 검토해야' 보고서에서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75~90%가 성인이 될 때까지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아간다며 피해 신고가 지연되는 현실을 고려해 공소시효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 대규모 아동 성학대 조사 결과, 피해자들의 피해 공개 평균 연령이 52세에 달한다고 인용하며, 가족 내 권력관계와 심리적 억압, 사회적 낙인 등이 피해 은폐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간 미성년 친족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개정 실익 부족' 등을 이유로 신중 검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미성년 친족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나 연장 법안이 계류 중인 이유는 국회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세월이 지난 범죄를 예외적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친족 성범죄는 피해 구조가 특수해 별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담론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논의가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라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현실을 국회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허 조사관은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아버지가 가해자인 사례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며 "보호시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부·친부가 가해자인 비율이 약 71%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인 친부가 다시 피해 아동을 데려가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피해 아동을 국가가 직접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