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이 11월 2일까지 강주리 개인전 '무향시간(노 애로우 오브 타임, No Arrow of Time)'을 개최한다. 강주리는 종이와 펜을 중심으로 독창적 시각 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다. 이번 신작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각과 의식을 조율하며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총 21점이 하나의 거대한 화면을 이루는 '기라성(콘스틸레이션, Constellation)'(2025)을 비롯해, 다수의 회화와 설치 작품에서 작가는 판화지와 직접 제작한 순닥지 위에 안료, 펜,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흑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세밀한 질감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순간과 시간을 포착하는 작업 행위는 관람객이 찰나와 지속의 교차에 주목하며 시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강주리, 기라성(Constellation), 2025 종이 패널에 펜 (스페이스 1년거치19년 윌링앤딜링 제공)
강주리의 화면은 다양한 개체들이 콜라주처럼 배치된 풍경으로,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부유하는 장면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바둑 교육을 통해 익힌 계산적 사고방식은 '결말 없는 화면'과 '모듈화된 패널의 연속성'을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언제든 재배열 가능한 대규모 패널 작업에 아파트전세대출 반영돼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주에서 한지 장인들과 종이 제작 과정을 경험하며, 종이를 시간과 행위가 응축된 물질로 새롭게 인식했다. 닥나무 껍질을 삶고 뜨는 전 과정에 참여하며 우연성, 오류, 이물질까지도 수용한 결과물인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한 의식'(2025)은 노동과 시간이 응축된 한지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시 제목 '무향시간'은 표준화된 시간 감각에서 벗어나, 언제든 얽히고 풀리며 순환하는 비선형적 시간성을 제안한다. 작품들은 재구성이 가능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상과 시간, 우리 삼성전자연차휴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강주리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시각예술가다. 미국 터프스대학교 보스턴뮤지엄스쿨(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 at Tufts University)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문화재단, 페이스북코리아, 글렌피딕-윌리엄그랜트앤선즈 등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