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대지의 품이 가장 넉 금융계산기v1.1 넉해지는 계절이다. 이 계절의 중심에는 한없이 소박하고, 기적처럼 사람을 살려낸 생명의 작물, 고구마가 있다.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뜨거운 아궁이에서 퍼져 나오던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기는 세월이라는 강을 건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다. 고구마 한 입엔 배불림 이상의 정서와, 견디며 살아남은 우리네 선조의 치유와 희망이 고스란히 스며 있 복리통장 다. 고구마는 원래 중남미 안데스 지역이 고향이다. 잉카 문명 이전부터 토착민이 경작했고, 신대륙의 발견 이후 콜럼버스의 항로를 따라 유럽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됐다. 중국에는 16~17세기 이미 전래해 '감서'(甘薯), 일본에는 17~18세기 '사쓰마이모'(薩摩芋)가 됐고, 한국에는 조선 후기 문신 조엄(1719~17 재무 77)이 1764년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가 종자를 들여와 부산과 제주, 남해에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뿌리내렸다. 그때까지 한반도는 반복되는 흉년과 춘궁(春窮)으로 백성들이 늘 굶주림에 시달렸고, 쌀과 보리를 대체할 만한 구황작물의 절실함이 있었다.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조리와 보관이 쉽고, 영양 또한 풍부해 흉년마다 조선의 경남중기청 백성을 구했다.
농협, 겨울철 영양 간식 고구마 추천 (서울=연합뉴스) 농협유통·농협하나로유통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에 좋은 고구마를 겨울철 영양 간식을 추천한다고 12일 밝혔다. 모델들이 겨울철 영양 간식 '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 2024.12.12 [농협 제공 농협제1금융권 .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영도 동삼동, 제주 한림, 탐라도 초지 등은 최초의 고구마 재배지로 남아 있다. 땅이 준 따뜻한 기억 고구마는 배고픔을 채운 구황작물을 넘어, 온 가족이 아궁이 앞에 모여 군고구마를 나누던 유년의 따스함과 맞닿아 있다. 된장에 고구마 줄기를 끓여내던 시골 촌집의 저녁 밥상, 김치와 삶은 고구마로 대체했던 소박한 저녁, 모든 풍경이 곧 한국인의 고향이고 위안이다. 고구마는 그렇게, 민중의 생존 상징이자 낡은 고향 집의 추억으로, 세대를 이어 마음을 지켜주는 음식이었다. 한의약에서는 고구마를 '홍서'(紅薯)라 불렀다. 본초강목엔 "비위를 보하고 장을 윤택하게 하며 장수식품이라 불린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고구마를 삶거나 구우면 속이 편안해지고 소화가 잘되며, 장 건강에 이롭다고 믿었다. 기록에 나온 고구마의 효능을 종합하면 허약한 몸을 북돋우고 기운을 채워주고, 장을 촉촉하게 해 변비를 막는다고 했다. 또한, 진액과 기를 보강해 몸을 길러준다. 특히 노인과 병환을 앓은 허약자에게 권장했지만, 과식은 배가 더부룩해지고 방귀가 잦아지는 부작용이 있어 조리와 섭취법에 지혜가 필요했다. 고구마는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개선하고, 혈당 상승을 완만히 억제해 당뇨 관리에 효과적이다. 베타카로틴은 시력과 피부, 면역력에, 보라색 고구마에 있는 안토시아닌은 노화 방지와 혈관 보호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했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 유익균을 살리고 대장 건강과 암 예방에 이바지한다. 풍부한 칼륨과 마그네슘, 칼슘은 뼈와 근육 견고함을 돕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다이어트식으로도 으뜸이다.
대형 가마솥에서 찐 원주 고구마 (원주=연합뉴스) 제1회 치악산 고구마 축제가 원주시 지정면 간현관광지 인근에서 열렸다. 원주농협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조선 후기 국내에 고구마를 국내에 보급한 '고구마 전래자' 영호(永湖) 조엄 선생(1719∼1777)을 기리기 위한 통신사 행렬재현을 비롯해 고구마 막걸리와 군고구마 시식 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2022.10.23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jlee@yna.co.kr
손자병법의 군쟁(軍爭)에서 찾는 고구마의 지혜 고구마는 익혀 먹는 뿌리 음식만이 아니다. 군고구마, 삶은 고구마, 튀김, 고구마밥, 고구마 라테·케이크·맥주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 조리법으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이는 손자병법 군쟁(軍爭)이 말하는 우직(迂直), 즉 '돌아가는 지혜'와 닮았다. 전쟁에서 지름길만 고집하다가는 실패하듯, 고구마는 조리 과정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우회가 오히려 새로운 맛과 건강을 가져온다. 군쟁의 또 다른 교훈은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구마를 콩, 대추, 은행, 호두 등 곡물·견과와 함께 요리하면 영양도 더해지고 소화도 쉬워진다. 음식에도 전략이 있고, 바른 조합과 변주가 풍요와 건강을 함께 만든다. 현대인은 비만·당뇨, 노화, 변비 등 생활습관병이라는 전쟁과 싸운다. 고구마는 가장 소박하지만 확실한 무기다. 자주, 적당히, 곡물·채소와 함께 고구마를 먹으면 장과 혈관이 건강해지고 몸의 기운이 조화로워진다. 이는 군쟁에서 '스스로 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고구마는 실로 가난한 시절의 구황작물이었고, 지금은 웰빙을 위한 슈퍼푸드, 지역 축제의 주인공, 가족과 이웃을 잇는 감성의 근거지다. 시대가 바뀌어도, 땅이 주는 작은 뿌리 하나가 삶의 균형과 치유, 지혜와 풍요의 본질임을 늘 새긴다. 가을날, 따뜻한 군고구마를 베어 물며 삶이라는 전장에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은 '가장 가까운 땅의 선물', 소박하지만, 깊은 지혜와 온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