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부품 업계가 미증유의 위기와 맞닥뜨렸다. 일본, 유럽보다 높은 품목 관세에 따른 대미 수출 차질, 미국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폐지가 불러올 본격적인 수요 절벽, 전동화 전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 5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정의선 회장 취임 5주년, 현대차그룹 글로벌 프런티어로 진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신한은행학자금대출신청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빅3’ 완성차그룹으로 도약했고, 전동화 등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 이른바 ‘퍼스트 무버’(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마냥 자축하기에는 현대차그룹 앞에 너무 많은 숙제가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생대출이자싼곳당장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두고 경쟁 중인 일본, 유럽보다 10%나 높은 수출 관세를 물고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 한미 동맹, 북중러 밀착 등 지정학적 변수와 밀접하게 얽혀 있어 특정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을 올리기보다 어느 정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재고를 활용해 점유율을 창업지원센터 지킨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때는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고민이다. 한국 진출을 늘리는 중국 업체와 맞서 안방을 지키고,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이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뚫고 세계로 뻗어가는 일도 결코 만만한 과제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날쌘대출 반전동화 정책 기조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전동화 일정과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의 생산 및 매출 배분은 어떻게 할지 등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물론,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교통, 소프트웨어중심차량 등 미래차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으로서 개인회생 개시결정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이나 노동자 처우 개선을 포함한 국내 일자리 감축을 우려하는 질문에도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정 회장으로선 지난 5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시험지를 받아든 셈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하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가뜩이나 대미 수출 길이 막힌 상황에서 자동차 운반선 운임 등 물류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나아가 국내에선 정부가 전동화 일정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동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전환보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부품업계 현실을 고려한 목표 설정과 전기차 일변도보다는 하이브리드차, 탄소중립연료(E-FUEL) 등 다양한 감축 수단을 병행하여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택성 이사장은 “지금도 중국산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정부의 일정대로 간다면 결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택성 이사장이 자동차 부품기업 대표자들과 함께 정부를 향해 부품업계 현실을 고려한 전동화 일정 수립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