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주 인플루언서가 30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0/뉴스1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처음으로 느끼는 기분이었어요.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건(완전 채식) 식품이나 전문 식당이 너무 많은 거예요.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행복과 피곤함이 있었습니다."


환경·식생활 교육 강사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민주 씨(33·카인드에듀 대표)는 자칭 '채식 고인물'이다. 가족의 영향으로 2002년 채식에 처음 입문해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을 채식인으로 살아왔다.

임직원 대출 뉴스1은 최근 한 달 동안 비건 강국인 독일 각지를 돌아봤다는 그에게 외국 채식 환경과 한국을 비교 분석하고 K 비건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독일은 비건 천국…가공 정도까지 상세히 표기"

-독일 마트나 식당에서의 비건 선택지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랐나. ▶시골이고 도시고 할 것 없이 신용대출 dti 마트에 비건 표시가 없는 제품이 없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있다면 일부 수입 제품 정도다.

독일은 (비건/논비건을 구분하는 단계를 넘어) 비건 제품 중에서도 가공 정도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다. 완전 비건이라도 초가공식품이 있고 자연식이 있지 않나. 행복한 고민이었다.
써브웨이·맥도날드·KFC와 무직자대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는 비건 메뉴가 하나가 아니라 4~5개 정도 된다. 기차역에는 비건 햄버거 가게가 따로 있었고 샌드위치 가게, 샐러드 가게, 튀르키예 음식점 등은 메뉴판의 절반 가까이가 비건이었다. 메뉴 고른다고 30분 넘게 돌아다녔다. "왜 내 위장은 하나일까? 빨리 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화가 나더라.
-독일 음 부채통합대출 식은 육류가 많은 것 같은데, 독일식 비건도 있나. ▶비건 음식 천국이지만 신기하게 독일식 음식을 비건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외국에 갈 때마다 비건 요리 강습에 참여하는데, 독일식 비건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독일 비건 식당에 갔더니 김치가 사이드 메뉴로 종종 올라가 있더라. 외국인들은 그만큼 김치를 건강식으 9월코픽스금리 로, 매콤한 샐러드 느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반 마트는 물론이고 아시안 마트에는 큰 규모로 김치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국뽕(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차오른 건 처음이었다. 특히 수출된 김치는 대부분 비건 표기가 돼 있어 놀라웠다.
국내 비건 김치에 비하면 같은 용량에 두 배 가격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김치를 사 먹는다.



독일 식료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라면과 김치. 비건 인증 표기가 되어 있다. 오른쪽 상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오뚜기 진라면 베지, 농심 순라면, 팔도 비빔면, 왕코리아 김치.(조민주 작가 제공)


-세계 비건 시장에서 한국 음식은 경쟁력이 있을까? ▶공장식 축산업을 줄이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대체육 시장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은 우리 발효 건강식, 한식. 한식이 세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K푸드 짱!(엄지척)
단 요식업계 분들께 알레르기·비건 표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법제화가 전제돼야 하겠지만 스티커 하나만 더 붙이면 된다.
동물성 식재료를 전혀 먹지 않는 비건뿐만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도 냉면 육수가 고기로 만들어지는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데, 한국이 채식하기 어려운 나라로 소문이 나고 있는 이유다.
안동·전주·경주, 서울의 북촌 등 인기 관광지는 어느 정도 표기가 정착됐다. DMZ(비무장지대)에서는 비건 아이스크림을 팔 정도다. 주요 관광지는 문제가 없는데 외국 관광객들이 이제는 전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메트로폴리탄인 서울부터 바뀌면 좋겠다.
-독일의 비건 문화의 핵심은? 한국의 비건 문화와 무엇이 다른가?. ▶다양성 존중의 측면인 것 같다. 베를린은 다양성의 끝판왕이었다. 채식, 비건을 지향하는 데는 크고 작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포용해야 하지 않을까?
전에 한국에서 비건으로 산다는 것은 거의 사회적 자살 행위와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고립된다. 생선을 먹는 페스코 채식인까지만 해도 덜한데 계란·유제품까지만 허용하는 락토 오보까지 가면…(말을 잃음)



독일 여행 중 조민주 작가가 남긴 인스타그램 스토리 갈무리. 독일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각종 비건 식품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출처 : minjoo_dodam)


"힘든 시간 있었지만 비건은 나에게 치유의 과정"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비건을 유지하고, 알리는 삶을 살고 있나. ▶친구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 "넌 도대체 어떻게 하냐"고. 어릴 때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간이 길지만 이렇게 알리면 알릴수록 나의 과거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살기 위함이다.

-처음 채식을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처음 채식을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아버지가 채식을 시작하셨다. 술·고기·담배 등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것들은 다 하셨는데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바뀌었다. 이후로는 동물권·환경권 이런 모든 것들을 탐구하셨다. 국내에서 '비건'이라는 단어조차 통용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강요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듣고 보니 나쁜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현실의 벽과 부딪혔다.
학교 급식에서는 고기를 빼고 받거나 친구들에게 줬다. 그럼에도 종종 "너희 아버지 암 걸렸어?"부터 시작해 "무슬림이야? 힌두교야? 사이비야?" 등의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고등학교는 채식 급식을 하는 곳으로 갔다. 밥 좀 먹으려고.
그러다 대학에 가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떡볶이를 사 먹어도 "어묵이 들어 있는데 먹어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아 채식한다는 것을 숨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대구에서 왔는데 동인동 찜갈비랑 대구 막창 먹어 봤냐"고 물어볼 때면 겉으로는 "고기를 안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사실 좋아하는데 안 먹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더 큰 난관이 닥쳤다. "네가 맛있는 걸 안 먹어봐서 그래"라고 하더라. 억지로 끌려다니며 술자리를 같이했다. 사람들은 "고기 안 먹어 봤냐?"고 질문하지 "고기 안 좋아하냐?"고는 묻지 않는다.
-비건을 알기 전과 후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지금이 좋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주위에서 교직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고 채식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에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결국 나는 가치관을 따랐고, 안정적인 직업도 그만뒀다.
지금은 그 가치관과 가르치는 일을 합친 환경·식생활 교육 작가와 강사로, 비건 인플루언서로 일하고 있다.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의 그 '누군가'가 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실천하는 채식인들에게는 연결이 필요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평생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며 적게 쓰고 적당히 벌고 좋은 일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달리다 보니 감사하게도 생태전환교육과 비건교육 요청이 전국적으로 많아졌다.



조민주 작가가 초등학생의 환경 교육을 위해 집필한 책 '초등학생 환경 궁금증 100' 표지 갈무리. (출처 : 영풍문고)


-앞으로 비건 인플루언서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다. 시간적 자유가 생긴다면 비건 쿠킹 클래스(요리 강습)를 열고 싶다. 외국에 갈 때마다 무조건 쿠킹 클래스를 듣는 이유도 모든 비건 식료품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때 한식 자격증을 따고 싶었는데 고기를 손질해야 하더라. 신념과 가치관을 버리면서까지 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채식 요리 과정을 싹 다 뒤졌다. 몇 곳이 있지만 사고를 전환해 보니 우리나라 사찰 음식이 채식이더라. 그래서 지난해 논문 쓰고 책 쓰고, 아버지 간병까지 하면서 사찰음식을 배웠다.
-나에게 비건이란
▶'치유'와 '친절함'. 나도 치유하고 지구도 치유한다는 데서. 그리고 나와 타인, 지구를 포함해 우리 모두 친절해지자는 의미에서. 평소 사인할 때 '친절한 동행'이라고 쓰는데 이 동행을 함께하면 어떨까. 지구 환경, 우리 인간들, 그리고 동물들을 위해서.
그러니 조롱보다는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탄소 중립도 해야 하고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식량은 부족해지고 있다. 식량 효율성 측면에서 육류는 효율적이지 않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는 육식, 어업은 여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동물 윤리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최근 세포배양육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지 않나.
강요는 못 한다. 다만 한 번쯤 해 보시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두 번. 그러다 몸이 가볍게 느껴지면 더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realkwon@news1.kr<용어설명>■ 메트로폴리탄어떤 대도시가 중·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 통합의 중심을 이루었을 때, 그 대도시와 주변 지역 전체를 이르는 말.■ 맹그로브 숲아열대나 열대의 해변이나 하구의 습지에서 발달하는 숲이다. 숲을 이루는 나무는 주로 홍수(紅樹) 따위의 멀구슬나뭇과이며, 잘 발달한 기근(氣根)은 복잡하게 얽혀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해안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소 중립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 (Zero) 으로 만드는 것.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