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정해져 있는 투표 12일 카메룬 수도 야운데의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서 폴 비야(오른쪽) 대통령이 투표하는 모습을 부인 샹탈 비야(55)가 바라보고 있다. 올해 아흔두 살인 폴 비야는 1992년 첫 부인과 사별하고 2년 후 맏아들보다 한 살이 많은 샹탈과 재혼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카메룬은 사막·밀림·고원·대서양 연안까지 다양한 기후 지역을 품고 있고, 국민은 서로 다른 말을 쓰는 250여 부족으로 구성돼 있어 ‘아프리카 축소판’이라 불린다. 이 나라에서 ‘100세 대통령’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흔두 살로 현직 세계 최고령 국가 원수인 폴 비야 대통령이 12일 치른 대선에서 8선에 도전하는데, 선거 결과 공식 발표를 앞두 창업보육센터 고 승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룬의 대통령 임기는 7년이고 임기 제한 규정이 없어 무제한 집권도 가능하다. 총리 재임 중이던 1982년 대통령 사임으로 직을 물려받은 뒤 43년째 집권 중인 비야 대통령은 직전 선거에서도 71%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번 대선에는 야권 후보 11명이 난립했고, 그나마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는 선 신협10등급 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헌법위원회가 이를 인정해 출마가 무산됐다. 비야에게 대항할 의미 있는 경쟁자가 없는 셈이다. 비야는 선거 유세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에 당선돼 7년 임기를 마치게 되면 1933년 2월생인 그는 사실상 100세 현직 국가원수가 된다.
비야는 아이머니 1990년대 다당제와 서구식 선거제도 등 민주주의를 도입하려는 모습도 보였지만 점차 독재자로 변모했고, 2008년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며 ‘영구 집권’의 길을 열었다. 고령에 따른 통치 능력 논란과 경제난 속에 각계에서 사임 요구가 잇따랐으나, 비야는 이를 일축했다. 이번 카메룬 대선은 왕정을 능가하는 절대 권력자가 집중된 아프리카 정 별내지구 치 상황의 압축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30년 이상 집권 중인 현직 대통령 7명 중 5명이 아프리카에 있다.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83) 대통령은 1979년 쿠데타로 당시 대통령이던 숙부를 몰아내고 집권한 뒤 46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고, 아들을 부통령으로 앉혔다. 콩고 공화국의 드니 사수응게소(81) 대통령은 1979년 개인파산 기간 쿠데타로 집권한 뒤 1992년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지만, 반군을 이끌고 내전을 일으켜 1997년 다시 정권을 잡았다. 1986년 집권한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80) 대통령은 두 차례 헌법을 고쳐 3선 제한과 75세 출마 금지 조항을 모두 삭제하며 40년 집권 시대를 열었고, 내년 1월 대선 재출마도 선언했다.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79) 대통령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선거도 치르지 않고 ‘북한식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독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두드러지는 것은 독특한 지정학적·역사적 배경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프리카의 장기 집권자는 ‘당근과 채찍’을 한 몸에 든 운영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비판 세력은 탄압하면서도, 유력 인사들에겐 자리와 이권, 금전적 보상을 주며 장기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혈연·종족·연고주의를 이용해 충성 엘리트 집단을 심고, 정규군과 별개로 충성심 강한 친위 부대를 길러 장기 집권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에서 독립했고 근대국가 역사는 짧다는 점도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꼽힌다.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이 자신을 영웅이자 해방자로 포장시켜서 국민에게 ‘이 나라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장기 집권 권력자들을 잇따라 축출했던 ‘아랍의 봄’이 사하라 이남으로 번지지 않은 것도 인종·종교·사회구조가 북아프리카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랍의 봄이 본격화하던 2011년 유엔 도움으로 수단에서 분리·독립한 남수단의 초대 지도자 살파 키르 마야르디트(74) 대통령은 예정된 선거를 미루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전형적인 아프리카 독재자의 길을 따라가려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장기 집권해온 아프리카 권력자들이 축출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봉에서는 56년간 이어졌던 부자(父子) 대통령(오마르·알리 봉고온딤바) 시대가 2023년 군부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짐바브웨(37년)와 수단(30년)을 장기간 철권통치한 로버트 무가베와 오마르 알 바시르도 각각 2017년과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쫓겨났다. 다른 대륙에 비해 전체 인구 중 젊은이들의 비중이 높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라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정치가 선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국민의 힘으로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되거나 장기 집권이 저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은 지난주 대선에서 야당 후보 패트릭 에르미니가 현직 와벨 람칼라완 대통령을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는 2024년 마키 살 당시 대통령이 예정된 대선을 연기하고 장기 집권을 꾀하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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