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 이어지는 해변길 5코스. 해무에 잠긴 바다가 걷는이의 생각을 천천히 식혀주는 길이다. 태안 | 양형모 기자
태안이 가까워져 오니 입 안에 바다 냄새가 고였다. 첫 목적지는 딴뚝 통나무집. 올해로 44년째, 지금은 2대 사장이 지키는 노포다. 2012년 안면도에 자리를 잡고부터 ‘안면도 최초 게국지 식당’으로 불린다. 식당 앞엔 직접 농사지은 호박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게국지는 원래 서민의 음식이다. 김치에 게국(게를 넣어 삭힌 간장)을 넣어 끓 금융중개 인다. 국물은 빨갛지만, 보이는 것보다는 심심한 맛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밋밋함이야말로 진짜다. 호박의 단맛, 게의 감칠맛, 김치의 신맛이 느리게 어우러진다.
딴뚝 통나무집의 간판메뉴인 게국지. 게국에 김치를 넣어 끓인 게 현대자동차 9윌 구매혜택 국지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었다.
주홍빛 알로 가득찬 간장게장.
간장게장에선 주홍빛 알이 반짝인다. 밥도둑이라 불리던 시절은 끝났다. 좋은 게 산와머니 채용 장은 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요리니까. 양념게장도 게국지 국물을 닮았다. 겉보기와 달리 달착지근하고 부드럽다. 이 집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으며, 단맛은 천연 재료로만 낸다고 했다. 그래서 담백한 단맛이 난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안면송 자생림이다. 다섯 층 높이의 소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바다가 농협 집담보대출 마음을 건드린다면, 숲은 몸을 어루만진다. 해설사가 앞장 섰다. “여기 150년 넘은 나무는 없어요. 일제강점기 때 다 베어갔거든요.” 송진을 채취하려고 껍질을 벗긴 나무들은 성장을 멈췄다 했다. “그 나무 중 하나가 얼마 전 쓰러졌어요. 제가 참 좋아하던 나무였는데 ….”
안면도 수산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알찬 구성의 홈쇼핑 같다고나 할까. 대하가 반갑다. 우럭과 바지락도 눈길을 끈다. 관광객의 아이스박스와 주민의 장바구니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시장의 공기에선 늘 ‘지금’의 냄새가 난다.
해변길 5코스는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 이어진다. 바다를 끼고 걷는 멋진 길이다. 해무에 잠긴 바다는 걷는이의 생각을 천천히 식혀준다. 걷다 지치면 멈춰도 된다. 안면도의 길은 완주보다 여유를 가르친다.
제철 대하의 화려한 자태. 껍질을 벗겨 회로 먹으면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발한다.
저녁은 ‘풍년호 털보선장’. 어김없이 제철 대하가 주인공이다. 싱싱한 대하는 껍질을 까 회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죽처럼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회로 몇 마리 먹었으면 나머지는 구이로 돌린다. 머리는 바싹 굽는 게 좋다.
멀리서 바라본 영목항 전망대
영목항 전망대는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횃불처럼 보이기도 하고, 난을 담은 화분 같기도 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태안과 원산도를 잇는 대교가 눈 아래 놓여있다. “보이는 섬은 다 보령의 섬이에요.” 해설사는 “다리가 생기고 나서 서로 더 자주 오간다”고 했다. 전망대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무료 개방한다. 게국지 국물같이 슴슴한 빛의 노을이 전망대의 유리창을 타고 바다를 향해 흘렀다.
청산수목원의 핑크뮬리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포근한 솜사탕처럼 보이는 핑크뮬리는 어느 타이밍에 셔터를 눌러도 멋진 사진을 선물해준다
사람 키의 2~3배가 되어 보이는 팜파스 그라스
천리포수목원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닌 청산수목원
다음 날, 청산수목원을 방문했다. 태안엔 수목원이 네 곳 있다는데,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팜파스 그라스와 솜사탕 같은 핑크뮬리, 둘이 수목원 가을의 얼굴이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잎사귀를 관찰하는 것이다. 억새는 하얀 잎맥이 보이고, 갈대는 없다. 팜파스 그라스는 선명한 잎맥을 갖고 있다.
알파카
이 수목원엔 알파카도 있다. 손에 잎을 들고 있으면 다가와 가지를 쏙 빼고 잎만 야무지게 먹는다. 순한 눈으로 느릿느릿 잎을 씹는다. 흥분한 알파카는 사람을 향해 침을 뱉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곳의 알파카들은 “제가요? 왜요?”라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연 아이스크림
수목원의 팜파스 카페에선 ‘연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야 한다. 연잎을 갈아 넣어 은은한 초록빛이 도는데, 달지 않고 새콤한 맛이 난다. 서해 소금 초콜릿도 있다. 입에 넣으면 끝에 가서 짠맛이 쏘옥 올라온다. 누군가는 “소금빵 맛 같다”고 했다.
숙소인 아일랜드 리솜의 아침 뷔페식당은 빵이 특히 맛있었다. 안면도 재료로 만든 빵이라고 하는데 종류도 다양했다. 밤에는 야외 테이블 인기가 높다. 숙박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리조트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와도 된다. 돌아오는 길, 기차 창밖으로 태안의 바다가 멀어졌다. 이틀 내내 걷고, 먹고, 웃고, 바람을 마셨는데도 아쉬웠다. 태안의 그 느린 속도에 어느새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느리고 조용하지만 확고하게 고동치던 태안의 리듬.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다시 태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