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국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관례에 따라 인사말만 하고 퇴장하려던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락하지 않아 의원들의 질의가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침묵을 지키다 1시간여 만에 국감장을 떠나는 바람에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의혹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국감을 지켜본 국민은 답답하기만 했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그는 “저에 대한 증인 출석 학자금대출 상환기간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정감사법, 법원조직법 등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 대해 국민이 궁금한 것은 대법관들이 상고심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다. 대법관들이 어떻게 ‘유죄’ 합의에 이르게 됐는지를 해명하라는 게 아니다. 별내신도시아파트분양 대법원도 국회의 국감 대상이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사법부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법원장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피감 기관의 장이 국민의 대표에게 인사 전환대출이란 말을 하는 게 무슨 시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말하나.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는 한 전 총리가 12·3 내란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됐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에 단둘이 남아 서로 문건을 주고받고,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논의하는 전속중개 장면이 시시티브이(CCTV)에 찍혔다. 한 전 총리가 바지 뒷주머니에 문건을 넣는 모습과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 등도 영상에 담겼다. 누가 봐도 한 전 총리가 내란 핵심 가담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내란 특검이 청구한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를 봐주려고 청주대학교 국가장학금 작정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판단이다. 이처럼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 나오니까 국민이 사법부를 못 믿는 게 아닌가. 조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사법부를 믿어달라고만 하지 말고 사법부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