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의 가격이 질주하며 국내에서도 금과 은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소금족들은 생일 때 가족들이 돈을 모아 새마을금고전세보증금대출 사주는 선물로 콩알금을 택한다. 용돈이 생길 때마다 콩알금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이들이 늘다 보니 콩알금 전용 보관함도 등장했다. 은 투자족들은 각종 기념 은주화, 실버바 등을 틈틈이 사 모은다.
● 금과 은으로 빨려 들어가는 투자금
제조원가 금과 은이 동시에 세계 시장에 넘치는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금 현물 국제 시세는 약 50%, 은 현물은 약 70% 상승했다. 금은 8일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31.1034768g)당 4000달러(약 570만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날 은은 트로이온스당 가격이 49달러를 넘기며 2011년 4월 이후 14년 만에 사상 보육통합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내에선 금 투자 열풍이 유독 뜨겁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 KRX 금 현물 거래액은 10조959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조5110억 원이었다. 1년 사이에 거래액 규모가 7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해당 기간 거래량도 7059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5만 건)의 대구미소금융 약 5배 수준이다. KRX 금 현물 거래는 증권사 계좌를 통해 최소 1g 단위로 사들일 수 있다.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붙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현물 금값이 국제 시세 대비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두드러진다. KRX 금 현물 가격은 국제 금값 대비 10%가량 비싸졌다. 김치 프 농협주택청약종합저축소득공제 리미엄을 피하려는 이들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선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8)도 금 현물 ETF를 매달 10만 원어치씩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모으고 있다. 그는 “계속 오르는 금값 랠리를 놓칠 수 없고, 자산 분배 차원에서라도 금 투자를 일정 부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 씨(29)는 “은행 이자가 너무 낮다고 생각해 지난달 말 금 현물 ETF를 50주 매수했다”며 “금값 조정 국면이 오면 추가 매수할 것이고, 은 ETF 매수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TF 투자가 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신규 상품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3월 ‘SOL 국제금커버드콜액티브’, 6월에는 ‘SOL 국제금’을 연달아 출시했다. 올해 6월에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금 액티브’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KRX 금 현물’을 나란히 공개하며 금 ETF 시장이 뜨거워졌다. 금융회사들의 보수율 전쟁도 벌어졌다. 금 ETF가 동일한 기초 자산을 추종하니 보수율 인하 외에 특별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려워서다. 2021년 12월 상장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금 현물의 보수율은 0.5% 수준이었으나 0.19%로 인하됐다. 후발 주자인 TIGER KRX 금 현물이 보수율을 0.15%로 책정하자 터줏대감도 인하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원래 0.45%이던 보수율을 지난달 초 0.15%로 내리며 보수율 인하에 동참했다. 금 실물을 인수하지 않고 은행 계좌를 활용해 금을 0.01g 단위로 살 수 있는 금 투자 상품인 골드뱅킹도 관심이 뜨겁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3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의 9월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4314억 원에 달했다. 8월 말(1조1393억 원)에 비해 2921억 원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9개월 만에 6492억 원이 증가했다. 골드바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1116억 원어치에 달한다. 올해 1∼8월에 월평균 405억 원어치가 팔렸는데, 지난달 판매액이 평소의 약 3배로 늘어난 셈이다.
● ‘난세’에 주목받는 안전 자산
금과 은에 관한 관심이 치솟은 이유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이 어려울 때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 자산은 경제위기를 맞이하면 폭락해 큰 손실을 불러오는데, 금과 은 같은 안전 자산은 손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금이나 은은 희소성이 있는 데다 발행 주체가 부도날 일도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를 처음 넘어섰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는 2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된 셈이다. 현재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한 후 주요국들에 관세를 압박하고 있다. 돌연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며 불확실성을 키우자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도 커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예산안 처리 불발로 1일부터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각종 경제 지표가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기간’이 이어지자 일단은 투자금을 안전 자산 쪽으로 옮기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게다가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금과 은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약달러 흐름도 금과 은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달러는 올해 상반기(1∼6월) 내내 약세를 이어가면서 약 11% 떨어졌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1973년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달러 가치는 하반기(7∼12월) 들어 일부 회복됐지만 약달러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이게 된다. 이 경우 달러로 가격이 매겨진 금이나 은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효과를 얻어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전망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2026년 말 금 가격 전망치를 트로이온스당 기존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올려 잡았다. NH투자증권도 최근 금 가격 목표치(향후 12개월 기준)를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 은 가격은 50달러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격 전망은 투자자들 사이에 ‘포모’(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를 자극하며 다시금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 당분간 귀금속 섹터에 대한 전략은 ‘단기 조정 시 매수 및 비중 확대’로 가야 한다”며 “금 가격의 강세가 전개되면 은 가격의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많기에 금값도 향후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기에 이러한 불확실성이 금값의 하단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상승한 금과 은 가격이 단기 조정을 받거나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금 가격이 짧은 시일 내에 50% 이상 상승했기에 이런 상승 속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주장했다. 스위스 기반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도 “(금값) 변동성이 10∼15%에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