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첫 4100선 돌파와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태풍’이 지나간 국내 증시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린 강한 호재들이 일단락된 가운데 12월 금리 인하에 선을 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에 시장은 한 템포 쉬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전주 대비 165.91포인트(4.21%) 급등한 4107.5로 국민카드대환대출 장을 마쳤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에 따른 인공지능(AI) 협력 기대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3분기 호실적이 맞물리며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슈퍼 위크’의 열기는 주말 사이 다소 식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아마존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12월 인하는 재판관 없다”는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빌미’가 되며 상승폭을 반납한 게 그 단초다.
◆ ‘단기 과열’ 부담…PER 12배, 기관은 1.1조 ‘팔자’ 이번 주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은 대내외 지표에서 모두 확인된다.
가장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취득세면제 큰 부담은 단기 과열 신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에 도달했다”며 “이는 1년 평균의 +2 표준편차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단기 급등 부담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수급 주체도 엇갈렸다. 지난주 4100선 랠리는 개인이 1조1520억 원을 순매수하며 이끌었다. 외국인도 1060억 원 순매수 서울신용보증기금 에 동참했으나, 기관 투자자는 홀로 1조 98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미국발(發) 반도체 ‘숨 고르기’ 조짐도 부담이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0.20%), 브로드컴(-1.82%) 등 주요 반도체주가 10월 말 헤지펀드의 이익 확정 매물에 하락 마감했다. 이는 젠슨 황 CEO 방한 효과로 달아올랐던 삼성전자, SK하 원금균등상환 원리금균등상환 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단기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AI 낙관론’ vs ‘연준 불확실성’ 시장은 이번 상승장의 두 가지 핵심 동력이었던 ‘AI 투자 사이클’과 ‘연준 금리 인하’를 재점검하는 한 주가 될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는 빅테크의 클라우드 실적이 양호해 동력이 강한 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노이즈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로 향한다. 4일 AMD를 시작으로 5일 퀄컴, ARM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이 AI 버블 우려를 불식시키고 강력한 수요를 재확인시킬지가 관건이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핵심 경제 지표 발표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4일 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국 ISM 제조업 지수를 시작으로, 5일 구인·이직보고서(JOLTs), 7일 미국 10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고용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확인될 경우, ‘12월 금리 인하 불가’ 입장은 더욱 확고해져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국내에서는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방산주와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지수 전반의 상승보다는 종목별 ‘키 맞추기’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신용 잔고 비율이 안정적이라 과열은 아니다”라며 “숨 고르기 및 기간 조정 과정에서 쏠림이 완화되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