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조선 민족악기의 꽃'으로 불리는 소해금 연주자 량성희(37)가 다음 달 국내 첫 독주회를 열고 ‘조선 클래식’을 국제무대에 전파하는 여정에 나선다. 1950년대 후반 북한의 민족 악기 개량 사업에서 해금을 보완해 만든 소해금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현악기 군의 중심축이다. 일본 오카야마 현 태생 재일동포 3세인 량성희는 일본 금강산가극단 민족관혁악단에서 11년 동안 악장으로 활약한 실력파다. 다음 달 25일과 26일 서울 마포구 토마토홀에 열리는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열리10월추천주 는 첫 소해금 독주회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에 빠져들었어요. 사람 목소리와도 비슷해서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할 수가 있어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량성희 연주자가 꼽은 소해금의 매력이다. 소해금은 해금인듯, 바이올린인듯 애달픈 음색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데, 바야마토게임 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특히 좋아한다”며 웃었다. 어머니가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 민족학교 음악 교원이었다. 자연스럽게 4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중학생이던 13살에 처음 소해금을 접했다. ‘조선적 재일동포’란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과 닮아서일까. 동서양의 소리를 한몸에 담은 소해금에 운명처럼 이끌린 그는 재일 조선 애경유화 주식 학생 경연대회에서 연거푸 1등을 차지하며 ‘조선클래식 영재’로 주목받았다. 평양음악대학 영재 예비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통신학부에 진학해 소해금 전문 연주자로서 기량을 닦고, 2007년엔 금강산가극단에 입단한다. 북한 최고 권위의 '2·16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소해금 분야 최고 연주자로 인정받았다.
전통의 보존에 치중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일찌감치 서양 7음계를 수용해 악기 개량에 나섰다. 서양 악기와 개량 전통 악기를 1대1의 비율로 편성한 민족배합관현악이 ‘우리식 고전음악’의 주축kt&g 주식 을 이뤘다. 서양 관현악을 수용하되, 전통음악 요소를 배합하는 경로를 선택한 것이다. 주선율을 담당하는 해금류 악기는 음역에 따라 소해금(바이올린), 중해금(비올라), 대해금(첼로), 저해금(콘트라베이스)으로 구성된다. 해금의 울림통을 키우고, 명주실 대신 쇠줄을 쓰면서 2현을 4현으로 늘렸는데, 음량이 커지면서 음색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거뒀다. 연주 방식도 해금과 달리 활을 현 사이에 끼우지 않고 첼로처럼 현 위에 놓고 연주하여 자유롭고 원활한 주법이 가능하다.
소해금 연주자 량성희는 양방언, 박순아, 문양숙 등 재일동포들의 예술적 도전을 이어간다. 하나아트컴퍼니 제공
최근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음반 ‘꽃이 피다’를 발매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량성희는 이번 독주회를 1~3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는 ‘울지말아 을남아’ 등 항일투쟁을 담은 곡들을 초연한다. 2부는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 등 서양 명곡들로 채운다. 3부는 ‘봄맞이’, ‘종다리’ 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곡들이다. 그에게 이번 연주회는 세계 무대를 향한 첫걸음이란 의미도 있다. 그는 “내년엔 일본에서 정식 음반을 출시하는데, 이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 월드 음악 부문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소해금 입문자를 위한 교본 집필을 시작했다는 그는 “유럽 무대 공연도 추진 중”이라며 소해금의 세계 무대 전파에 열의를 보였다. 량성희의 이번 공연은 재일동포들의 예술적 도전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다. 앞서 음악가 양방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문양숙 등이 멍에와도 같은 이중적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이철주 하나아트컴퍼니 대표는 “'조선 클래식'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국악과 케이(K)-클래식을 풍부하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