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철도청(DB)이 최근 공개한 저상형 고속열차 ICE L. 전 좌석에서 단차와 계단 없는 탑승이 가능한 완전 저상형 구조를 구현했다. 야마토릴게임
독일철도청(DB)은 최근 베를린 오스트반호프역에서 신형 고속열차 'ICE L'을 공식 공개했다. 'L'은 Low-floor(저상형)을 뜻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저상형 KTX'에 해당한다.
ICE L의 가장 큰 의의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STX메탈 주식 '접근권의 평등'에 있다. 기존 ICE보다 최고 속도를 시속 약 300㎞에서 230㎞로 낮췄지만, 대신 전 좌석에서 단차 없는 탑승이 가능한 완전 저상형 구조를 도입했다. 속도보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열차'를 목표로 한 것이다. ICE L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열차 입구에 계단을 없앴다는 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고, 자전거나 유모차 이용객, 노약자도 불편 없이 승하차할 수 있다. 이는 기존 ICE가 플랫폼보다 바닥이 높아 계단 두 세 칸을 오르내려야 했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것이다. 지난 9월 영남일보 취재진이 현지에서 ICE를 탑승했을 당시에도 휠체어 이용객은 DB의 이동지원서비스를 통해 별도의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승차할 수 있었다.
독일철도청(DB)이 최근 공개한 저상형 고속열차 ICE L의 내부 휠체어 공간. DB 제공
독일철도청(DB)이 최근 공개한 저상형 고속열차 ICE L 안 화장실. 휠체어 이용자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ICE L은 무단차 출입문뿐만 아니라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넓은 좌석, 높이 조절 테이블 설치, 장애인을 비롯한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넓은 화장실 등을 마련했다. 또한 가족석과 유아동반석, 자전거 거치대 등 다양한 이용자층을 배려했다.
이 같은 접근성 중심 설계는 한국의 KTX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KTX는 여전히 플랫폼에서 객실로 진입하려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고상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휠체어 이용객은 승무원 등의 도움을 받고 리프트 장비를 이용해야만 탑승할 수 있다. ICE L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완전히 해소하며, 휠체어 이용자도 '혼자 타고 내릴 수 있는' 고속열차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셈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열린 공개 행사에서 파트리크 슈나이더 연방교통부 장관은 "고객이 철도 위에서 다시 왕이 돼야 한다"며 "단차 없는 접근, 가족 친화적 좌석, 향상된 통신환경 등 새로운 ICE는 수 백만명의 이동 경험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에블린 팔라 DB AG 대표는 "새 ICE L은 승객에게 더 큰 편안함과 신뢰성을 제공하겠다는 DB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든 신형 열차는 안정적 운행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CE L은 오는 12월14일부터 베를린~쾰른 구간에 투입되며, 이후 내년에는 베를린~함부르크~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기센, 쾰른~뮌스터 등 관광 노선으로 확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암스테르담·코펜하겐·빈 등 국제 노선에도 운행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