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라이칭더 대만 총통 및 핵심 관료들은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언론인 및 인플루언서들을 집중 공략, 인터뷰 등을 통해 대만의 안보·민주주의 가치를 직접 피력하고 있다. 이들은 “대만과 미국이 자산관리공사채무조정 민주주의라는 공통 가치로 연결돼있다”며 호소하는가 하면, 무역과 투자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양상이다. 양국 정상 간 직접 접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여론전으로 미국에 대만의 존재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실제로 라이 총통은 이달 초 공개된 ‘클레이 트래비스 앤 벅 색스턴 쇼(The Clay Travis and Buck S 양도세 면제 exton Show)’에 출연, “만일 대만이 병합된다면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데 있어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지킴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이후 같은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에릭 트럼프도 출연했는데, 중국과 대만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현대카드 모집인 알렉산더 유이 주미 대만대사가 마가 공략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유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팟캐스트 ‘워룸(War Room)’에 출연, “외교 전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폭스뉴스에도 출연해 대만의 존재감을 부각했으며,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이자 진행자인 숀 라이언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대 국민은행기금대출 만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대만 당국이 미국 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일반 국민과 직접 소통하길 권장해왔다”며 “이는 정책 불안을 반영한다기보다 양국의 안보, 기술, 제조, 교육 협력이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 역시 “대미 관계는 초당적 기반 위에 있으며, 양당과 국민은행 펀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폭넓은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행보가 대만 정부의 불안감을 드러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 전략가는 “라이 총통이 보수 미디어를 상대로 벌이는 전방위 홍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대만의 불안을 보여준다”며 “심지어 TSMC의 1000억달러(약 143조원) 규모 미국 투자도 대만의 외교적 입지를 확고히 다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라이 총통이 미국 뉴욕을 거쳐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3국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뉴욕 경유를 불허하는가 하면, 4억달러 규모의 대만 군사 원조 계획 중단을 알리기도 했다. 이 틈을 타 중국은 미국에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라고 압박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어떠한 공식 접촉도 ‘영토 분리 행위’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하는데, 앞서 2022년 낸시 펠로시 전 이 하원의장이 타이베이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탄도미사일을 대만 상공으로 발사하고 군사 훈련을 벌이는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미 국무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대만 집권여당 민진당이 그간의 정책 방향성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진보적인 성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만 국방부는 지난 10월 ‘타이베이 안보대화’에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맷 슐랩 대표를 초청, ‘반(反)워크’와 불법이민 문제를 다루는 등 급진적인 분위기 변화를 드러낸 바 있다. 슐랩 대표에 따르면 대만 측이 CPAC에 협업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만이 진보적인 정부 기조 하에서도 실리 추구를 위해 보수 성향 트럼프 행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본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윌리엄 양 동북아 선임분석가는 “대만은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현실적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국내에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이는 실용적 생존 전략”이라고 총평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