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불과 이틀 전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일정, 손실 부담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진전이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우리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거대한 불확실성 하나가 걷힌 것이다. 관세 협상은 지난 몇 달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 속에 난항을 거듭했지만, 끝내 바다이야기규칙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부 정치권의 반미 정서에 기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며 냉철하게 협상을 진행해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23차례의 장관급 회담과 수많은 실무 회의를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협상 대표인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앤츠스탁 니고시에이터(tough negotiator·만만치 않은 협상가)’라고 불렀을 정도다. 합의 내용에도 우리 측 요구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3500억달러 투자 펀드는 미국 측이 요구했던 전액 현금이 아니라 2000억달러 현금과 1500억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정해졌다.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현금 투자 한상승주 도도 200억달러로 제한했다. 4200억달러인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고 한국이 매년 조달할 수 있는 외환 규모가 최대 200억달러라는 우리 측 설득이 먹힌 것이다.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때 연간 투자 금액과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선업 협력 사업에 들어가는 나머지 1500억달러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 주도로 추진하고, 현금릴게임정글북 투자 외에 보증까지 포함함으로써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투자 대상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한·미 양측이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 손실을 보지 않고 원리금이젠텍 주식 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원리금 상환까지 수익을 양측이 절반씩 배분하되, 20년간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협상 타결로 큰 고비는 넘었지만 안도할 수만은 없다. 이번 협상 타결은 무역 전쟁의 종지부가 아니라 한국을 최빈국에서 번영으로 이끌었던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중 패권 경쟁 격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우리의 경제 영토를 넓히고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미국에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거의 무관세로 수출해 왔지만 앞으론 15% 관세를 물어야 한다. 일본·EU(유럽연합)와 관세율이 같기 때문에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이익률이 5~10%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수출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지킬지가 국가 차원의 중대 과제가 된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정경 밀착’ 수준의 미래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정부 지원과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법’과 같은 반기업법도 재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을 성공으로 자축하기보다 ‘한 고비를 넘겼다’는 냉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축배를 들기엔 우리가 처한 대외 환경이 너무나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협상단이 보여준 치열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서 세계 통상 질서 변화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무역 질서의 대격변 시기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전략과 한발 앞선 준비뿐이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이번 관세 타결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통상 외교의 전환점’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