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끝으로 6일간 이어진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공식 마무리했다. 한미 와이즈론 ·한중·한일 회담으로 이어지는 양자외교에선 한국 외교가 실리와 균형을 동시에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APEC 의장국으로서 미중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경주선언' 조율에 성공했다. 경제와 민생을 고리로 한중 협력 복원을 도출한 것도 상당한 성과로 분석된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 시장경영지원센터 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관계복원 의지를 확인했다. 시 주석은 "11년 만의 방한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만나 뵙기를 기다려왔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공급망 안정과 문화·청년 교류 확대와 경제·산업 협력 등 실질적 협력방안을 논의·합의했다. 2금융권군인대출만찬 자리에서 시 주석이 경주 출신 신라시대 대학자 최치원의 시 '범해'를 인용하며 "오늘날의 중한 우호도 계속 생기를 발산하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미래 세대로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만찬장에 기업, 문화계 인사도 참석하면서 냉랭했던 양국 간 관계복원을 예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 어린이집창업대출 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안보 양 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방식을 조정하며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합의안에 담았다. 한국의 현금 투자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해 전액 선불 요구를 막았고, 반도체 분야 관세 수준은 팩트시트에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에도 공감하며 후속 협의 개시에 합의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동맹 현대화를 위한 여러 전략적 현안에 대해 미측의 적극적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게 성과"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슈퍼위크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열려 있다"며 "다음에 돌아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의 온기를 만드는 일"이라며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이 과거사 언급 없이 미래지향적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한미 공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미국에 앞서 한국을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경주 정상회의의 마지막 날에는 '경주선언'이 채택됐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자주의 지지' 문구 대신 우리나라 주도로 각료회의 성과를 평가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합의를 끌어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다자주의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균형외교'를 실질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협상에서 실리를 챙기고 한중 회담으로 관계복원을 이끌며 한일 간 신뢰를 유지한 결과다. 경주선언으로 미중 대립 속 다자협력의 틀을 복원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협정의 문서화와 국회 동의 등 절차적 과제가 남아 있으며 미중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균형 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