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은 매우 단호하고 선명했다. 그는 “비핵화는 없다”고 못 박았고, 한국과 대화를 거부했다. 미국에 비핵화 요구가 사라지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아마 모든 것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러시아와 중국, 두 강대국을 뒷배 삼은 북한은 외교 무대에서 한껏 고무된 상태다. 북·러 관계는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 김정은은 2023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러시아가 최우선 외교 파트너”라 선언했다. 이는 분명 중국에 도발적인 메시지였다. 이후 북·중관계가 다소 소원했지만 최근 대출신용불량 회복세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지난달 3일)을 맞아 베이징을 찾은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북한이 자국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지지한다”는 지지를 얻어냈다. 양국의 협력 증진도 약속했다. ■ 「 중·러 지원 확보로 고무된 북한 현재 국제정세 유리하다고 판단 공세적 태도 이어갈 가능 영세사업자 성 커 」
북한에 냉랭했던 중국의 태도 변화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국은 러시아로 향한 북한이 자신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또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재설정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중국은 오는 20일 중 정기예금최고금리 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와 다음 달 남아공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안정적인 국제 환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략적 소통’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북한에 대화와 도발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북·중 정상 회담에서 시 주석이 언급했다고 전해진 ‘전략적 소통 강화’는 “향후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불필요한 돌발 상황은 피해달라”는 외교 신한 마이너스통장 용어다. 북한이 중국에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이 확보한 중·러의 후원은 한국에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오히려 남북 대화를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배경인 셈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경제 협력을 추구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현재 중·러의 지원으로 경제적 압박(대북 제재)을 견디고 있다. 한국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문화 디딤돌대출 이자 가 자국 주민들의 충성심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는 상황에서 암 세포의 확장을 저지하듯 단절을 선언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촉구했고, 트럼프도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설령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비핵화와 남북대화, 종전선언 등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양측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노딜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신중을 기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고려할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지원을 요청했지만 왕 부장은 확답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북한이 단절을 선언한 한국과의 대화를 종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만한 이런 환경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지난해 3.7% 성장했지만,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한 대가성 교역의 결과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북한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 내부의 화폐 가치는 급락하고, 쌀값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체제 안정에 대한 위협도 여전하다. 시 주석이 미·중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면 북한에 대한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중·러 이외의 다른 국가들에 손짓하는 구상을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마치 ‘승리’한 듯 자신감을 보이며 당분간 서방이나 한국에 어떠한 양보를 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오히려 재래식 무기와 핵 능력 증강에 속도를 낼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26일 핵 과학자들에게 핵 능력 강화를 재차 강조한 게 이를 방증한다. 앞으로 북한과 협상에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북한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