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분에 연체율이 개선되는 의외의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분기 주요 카드사의 순이익은 역성장했지만 연체율은 직전 분기 대비 낮아졌다. 전 국민에 수십만원씩 뿌려진 소비쿠폰이 소상공인 매출을 늘렸고, 이 영향으로 카드사 연체율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주요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후퇴했다. 신한카드 3분기 당기순이익은 1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줄었다.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61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당기순이익은 3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금자리주택광명 46.4% 급감했다. 현대카드만이 지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895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후퇴했지만 연체율은 직전 분기 대비 낮아졌다. 신한카드 3분기 연체율은 1.37%로 2분기 대비 0.13%P(포인트) 하락했다. 하나카드도 같은 기간 1.96%에서 1.79% 월변 로 0.17%P 내렸다. KB국민카드도 1.40%에서 1.21%로 연체율이 하락했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현대카드도 소폭이지만 직전 분기 대비 연체율이 개선됐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올해 카드사 연체율은 빠르게 상승했다. 더는 연체율을 높여선 안 된다는 위기감에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연체율을 내렸다. 연체 채권을 적극적으로 가계대출금리인하 상·매각하면서 카드론 심사 강화·한도 축소 등을 병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하면서 카드론 신규 취급도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올해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도 받는다. 신규 대출이 줄어들면 새로 연체되는 채권도 적어지기에 연체율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 국내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법정이자율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전달 대비 6108억원 감소했다. 4개월 연속 잔액이 감소 중이며 지난해 9월 말(41조869억원) 이후 가장 적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4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정육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매장을 알리는 mg다이렉트론 안내문이 붙어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카드사 연체율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해창 신한카드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28일 신한금융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쿠폰 영향으로 자영업자 자금 상황이 나아져 연체율 개선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소비쿠폰 활성화 이후 이들 가맹점의 매출이 오르면서 카드값이나 대출을 갚았고, 이것이 연체율 지표를 내렸다는 것이다. 소비쿠폰 사용이 전체 카드 사용 금액을 높이면서 연체율 지표를 희석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늘면서 연체율 산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부분이 늘어났지만 소비쿠폰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기에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연체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의 수혜자로 언급됐지만 정작 인프라 구축 비용 등으로 돈은 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쿠폰이 카드사 수익성이 아니라 연체율 개선에 도움을 준 것이다. 하지만 오는 연말에도 카드사의 암울한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가 여전채 금리가 떨어지지 않아 조달 비용 부담도 여전하다. 소비쿠폰을 통한 연체율 개선도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리스크 관리를 바짝 조이는 상황에서 연체율 개선이 잠깐의 효과로 그칠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