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 시절 전면 개방했던 인왕산에 박근혜 정부 때의 과도한 방문객 규제를 다시 도입하려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 정부 때 허용한 청와대 쪽 사진 촬영과 인왕산 전역의 자유로운 탐방을 제한하려고 한 것이다. 28일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수방사 1경비단(3033부대)은 19~24일 사이 인왕산 정상과 능선 일대에 시민에 대한 ‘경고’ 표지판을 세웠다. 내용은 △경고 표지판 방향으로 사진 촬영(동영상 포함)과 드론 비행을 금지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이곳이 네이버이자계산 군사보호구역이므로 이를 위반하면 ‘군사 기지 및 군사 시설 보호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겨레가 확인한 표지판은 작은봉우리에 2개, 작은봉우리 아래쪽에 1개, 정상에 1개 등 4개였다.
청와대 쪽 사진 촬영이 전면 허용된 2017년 8월 인왕산 정상에서 베네딕도수녀회 찍은 청와대 모습. 김규원 선임기자
그런데 1경비단이 설치한 이 경고 표지판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시행한 인왕산 개방 정책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악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에 따라 집권 직후인 2017 신용등급무료조회 년 8월께부터 박근혜 정부 때 금지했던 청와대 방향 사진 촬영을 전면 허용했다. 그 뒤에 단계적으로 20여개 초소를 철거했고 수방사 군인들을 철수해 시민들이 인왕산 전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했다. 2018년 5월엔 수방사 시설로 막힌 정상~창의문 사이 성안길 330m를 추가 개방했다. 인왕산에서 시민들의 행위 제한은 드론 비행뿐이었고, 청와대 경비를 신원 위한 감시는 폐회로텔레비전으로 대체했다. 심지어 20여개 초소 가운데 2개 초소는 철거하지 않고 초소책방과 숲속쉼터로 리모델링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두 곳은 인왕산에서 매우 인기좋은 장소들이다. 이 일은 문 대통령과 유홍준 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주도했다. 2018년 3월엔 두 사람이 인왕산과 북악산 능선을 직접 걸으며 하이캐피탈 정책을 상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숲속쉼터로 탈바꿈한 수방사 초소. 한국관광공사
반면, 이전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인왕산 전역에 20여개의 초소가 유지돼 총을 든 1경비단 군인들이 초소 안팎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었다. 청와대 방향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서 있었고, 청와대 쪽 사진을 찍으면 군인들이 제지하거나 사후에 사진 확인을 요구했다. 초소나 숙소와 가까운 지역의 탐방도 제한됐다. 이로 인해 시민과 군인들이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왕산 부근에 사는 황두진 건축가는 “국가 중요 시설의 보안을 위해 강도 높은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에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다만, 그런 조처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시민들이 위압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관계 기관들이 이 시대에 걸맞은 세련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경비단의 공보 담당 장교는 “대통령실이 청와대 복귀 예정이어서 이 일대의 노후 시설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표지판을 새로 세웠다. 관련 법령에 나온 것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완화한 정책을 검토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실과도 협의하지 못했다. 이번에 세운 표지판들의 되도록 빨리 철거하고, 현 대통령실의 방침을 받아 표지판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와대 복귀에 따른 인왕산 탐방로 개방 등과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 시절 인왕산 탐방로와 동일한 수준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왕산 정상에 오른 시민들의 모습. 김규원 선임기자
인왕산은 해방 뒤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었으나, 1968년 북한 무장군인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건’ 뒤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 일부 구간이 개방됐고, 그 뒤 정부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개방 수준을 높였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인왕산을 전면 개방했으며, 윤석열 정부 때는 대통령실의 졸속 용산 이전으로 수방사 군인들이 철수해 시설이 방치되기도 했다. 현재 인왕산은 서울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산 가운데 하나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