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 스웨덴의 외딴 시골 마을 스크롤리카. 얀 안델손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자기 집 헛간에 이른 아침부터 아내의 출산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감수성이라곤 없는 농장 일꾼 얀은 난생처음 2세가 태어나는데도 자기 처지를 한탄할 뿐이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하루 일을 마친 뒤에도 고된 육아에 시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불행이 닥쳤다고 툴툴거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내가 무사히 출산하고, 산파의 부름에 집 안에 들어간 얀은 갓 태어난 딸을 안아 든 순간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깨닫는 인터넷대출신청 다. "얀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이제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슬픈 일이 일어나도, 기쁜 일이 생기는 순간에도 자신의 뛰는 심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그건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본문에서) 최근 번역 출간된 스웨덴 작가 셀마 라겔뢰프(1858∼1940)의 '포 연이자계산법 르투갈 황제'(다반)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소설 초반부는 무지하고 단순한 얀이 딸 클라라를 낳은 뒤 이른바 '딸바보'가 되어 애정을 쏟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갓난아기인 클라라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걱정하며 얀이 전전긍긍하는 모습, 언제나 가난한 처지를 부끄러워했던 얀이 클라라가 태어난 뒤 후불교통카드 연체 신용등급 로는 "내게도 보물이 있다"며 기세등등해지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뭉클하게 그려진다. 이처럼 얀이 딸에게 쏟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물질적인 가치에 밀려 무형의 가치가 경시되기 쉬운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얀이 딸을 낳은 뒤 이타적인 사람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다만 이 다가구주택 소설이 오직 부녀간의 애틋한 사랑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중반부에 얀의 가족에게 뜻하지 못한 시련이 닥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클라라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탐욕스러운 농장주 때문에 얀 가족은 집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고, 클라라는 돈을 벌기 위해 수도 스톡홀름으로 떠난다. 얀은 딸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 무직자 전세자금대출 하고 스스로를 포르투갈 황제라고 믿는 망상에 빠진다. 그러면서 클라라가 금방이라도 고향에 금의환향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작품의 배경인 20세기 초반 포르투갈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미지의 땅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스웨덴과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 가운데 하나이고 한때 대항해시대를 주도했던 풍요로운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얀의 모습은 클라라를 향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준다. 순수한 사랑이 빚어낸 환상이 터무니없는 만큼 그가 겪은 절망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겔뢰프는 1909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특히 스웨덴의 역사와 지리를 담은 아동 소설 '닐스의 신기한 모험'은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 번역 출간된 대표작이다. 다만 '포르투갈 황제'가 국내에 번역 출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투갈 황제'는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라겔뢰프는 클라라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된 직후 집안이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 가족 소유 농장을 처분했다. 아버지는 스톡홀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오라고 권했으나 라겔뢰프는 거부했고, 이 일로 라겔뢰프는 아버지를 향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안종현 번역가는 "작가는 얀의 딸에게 자기 모습을 투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미안함도 소설 속 주인공에게 투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348쪽. jae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