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의 제104대 총리로 취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그동안 꾸준히 보여온 ‘극우’적 정치 성향을 떠올려볼 때 우리 입장에선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지도력이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인 한·일의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유지해가고 싶다는 명확한 뜻을 상대에게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 등장하게 될 극우적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일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다카이치 총재를 앞으로 일본을 이끌어갈 새 한성저축은행 총리로 선출했다. 중의원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233표)이 넘는 237표를 얻었고, 참의원에선 결선투표 끝에 과반 의석을 얻었다. 총리 취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어렵게 승리했지만, 당의 적폐인 ‘뒷돈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반발한 공명당이 26년 동안이나 유지해온 ‘연정 이탈’을 선언하며 큰 월화드라마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오사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강성보수 정당인 일본유신회와 20일 극적으로 연정 합의를 맺으며 권력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9월 펴낸 저서에서 2022년 7월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아직도 꿈에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역사 인식을 견지하며 한국과 관계 복원을 위 동아타이어 해 노력했던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정책을 버리고, 평소 공언해온 대로 ‘아베 노선’으로 급격히 복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침략 전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고, 식민지배 등에 대해서도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현직 총리가 참배하는 것을 비난 sbi 광고모델 해온 한국 등을 겨냥해 “기어오른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총리가 되면 외교적 태도가 다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겠으나, 한-일 관계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유신회와 맺은 연립정부 합의서를 봐도 △헌법 개정안 내년 국회 제출 △(방위비 증액을 위한) ‘안보 3문서’ 조기 개정 △무기 수출 기준 완화 △핵잠수함 도입 개인회생자 등 공세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정권 획득을 위해 잠시 미뤘지만, 내년 봄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가능성도 있다. 다카이치 정권의 등장은 한국에는 큰 시련임이 틀림없다. 섣부른 낙관론보다 철저한 대비를 앞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