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서구 화재 공동중개 유가족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빌려서 보고 제가 알아야지 잘 아이 가르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거 많이 보고 잘 키우려고 했는데 남편이 아프고 그런 일이 생기다 보니까 제가 애를 돌볼 수가 없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고…."
하은 양의 집을 방문한 담당 공무원은 문이 열리지 않자, 안내 책자만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가정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지원을 연계하는 게 원칙이지만,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행정기록에는 '복지 서비스 연계 완료', 그중에서도 '읍면동 관리'로 분류됐습니다.
인터뷰: 인천 서구 화재 유가족 "안내 책자 기억이 없어요. 왜 기억이 없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런 돌봄이나 생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이 가정에 관리를 마쳤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터뷰: 인천 서구 oo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포괄적으로는 정보 제공도 연계고요. 우리의 자원이 연계가 돼야 연계가 아니냐고 말씀을 하시는 게 요점이라면은 그건 아니에요. 정보 제공도 연계에 들어갑니다."
인터뷰: 인천 서구청 관계자 "부모님이 거부를 해가지고 물품이랑 리플릿까지 주고 연계를 한 건데 e아동(행복지원사업) 방문 당시에 상담했다고 불이 안 나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는 할 거 다 한 거고 그게 중요한 건데…."
EBS 취재진은 최근 7년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위기 아동들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 전수 분석했습니다.
시스템을 통한 서비스 연계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거나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통합사례관리, 읍·면·동 단위의 자체 관리, 민간단체 지원으로 나뉘는데요.
통합지원으로 갈수록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하고, 읍·면·동 단위의 관리는 비교적 단기적 지원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취재진의 분석 결과, 발굴된 위기 아동들이 받은 지원은 대부분 읍·면·동 관리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읍·면·동 관리는 73%에 달했지만, 시·군·구 관리 비중은 1%에 그쳤습니다.
특히, '읍면동 관리'는 실질적인 조처가 없는 단순 안내와 행정 절차를 모두 포괄합니다.
위기아동의 25%에 필요한 지원이 연계됐다는 통계의 허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인터뷰: 경북 oo동 행정복지지원센터 전 담당자 "매뉴얼에도 정확하게 안 나와 있다 보니까 하면서 느낀 거라고 말씀드리는데 시군구에서는 고난도 사례 관리라고 해서 읍면동 관내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하다 보니까…."
실질적인 사례 관리로 이어지려면, 중앙정부나 시·군·구가 관리하는 통합지원의 대상에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지원 인력이 부족한 건 물론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읍·면·동 단위의 실무자조차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국 읍·면·동의 88%는 담당자가 한 명뿐이고, 그나마 다른 업무를 함께 맡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경기 oo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 "저희가 못해서, 몰라서 못 하는 영역도 있을 거예요. 다 이렇게 담당자분들 마다 어떤 역량 부분도 있겠지만 저희가 몰라서 못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는 구조지만, 이 정도의 인력으로 아동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살피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허민숙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위기 아동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말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아지고 있는가. 그리고 아직 연계되지 못한 서비스는 무엇인가. 한 명이라는 인원은 그냥 형식적으로 이 사업을 꾸려 가겠다는 그 의지를 오히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데이터가 찾은 위기 아동을 지원으로 연계하려면, 무엇보다 중간에서 역할을 할 '사람'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전문성을 갖출 시간을 줘야 하지만,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있습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 "사실 조사까지가 e아동행복지원사업이고요. e아동행복지원사업으로 모든 걸 다 연계를 시켜주기는 힘들고 이 아동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어떤 서비스가 부족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까지가 사실 이 사업의 경계라고나 할까…."
시스템을 개선하고 범위를 넓혀도, 누구의 눈에도 제때 발견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아이들.
복지 사각지대에서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발굴'을 넘어, 꾸준하고 실질적인 지원 체계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