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진영 씨(희생자 송채림 씨 아버지), 최선미 씨(희생자 박가영 씨 어머니), 오일석 씨(희생자 오지민 씨 아버지) .
올해 들어 이태원 금리 참사와 관련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듯 보인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고 피해자를 외면해온 윤석열 정부가 끝났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특조위는 공식 조사를 시작해 이르면 내년 6월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된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정말 그럴까. 취재진과 KB금리조정형적격대출 만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시간이 사실은 좀 더 힘든 것 같아요. (특별법 통과를 위해) 활동하고 '삼보일배'하고, 노숙하고. 이렇게 할 때는 육체적으로는 힘들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래도 '내가 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그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된다는 게... 사실은 좀 더 조바심도 나고. 이게 제대로 (조사가) 되고 있는 건가 뭐 의구심도 많이 생기고. 3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머릿속에 떠나지 못하죠. 지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채림이의 생각이 나요.- 송진영 / '이태원 참사' 유가족 (희생자 송채림 씨 아버지)
참사 초기에는 주변에서 다들 '어떡해'하면서 같이 슬픔을 나눠줬는데... 3년이 지나니까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가영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더 없어졌어요. 꽁꽁 숨겨지는 것 같아요. 부부여도 만날 붙잡고 올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횟수가 줄었어요. 아이가 없다는 사실도 인식하는 거죠. 참사가 나고, 한 1년 넘을 때까지는 숟가락을 4개 놨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자연스럽게 3개가 놓아지는 이런 거... 아이가 없다는 것에 내가 적응해 가는 게 너무 싫어요. 참사 초기에는 우울함을 막 표출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고... 그런 게 슬픔이 깊어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최선미 / '이태원 참사' 유가족 (희생자 박가영 씨 어머니)
그러나 이들은 슬픔을 삼키며 동시에 희망을 얘기했다. 유가족의 바람과 조바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일석 씨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전체 유가족이 합심해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동행이 가장 큰 힘"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거(이태원 참사 관련 활동)는 계속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안 된다고 또 포기할 것도 아니고 그냥 꾸준히 우리의 일을 하다 보면 나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 저희 유가족들한테는 제일 중요한 게 뭐냐 하면은 동행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전에 서울광장 분향소에 있을 때도 나이 어린 여학생이 슬쩍 와서 '저거 보라 리본 하나만 가져가면 안 돼요?' 이렇게 묻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참 마음이 뿌듯해지고 '진짜 우리 가족들한테는 힘이 되는 일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시민분들의 이런 동행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지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일석 / '이태원 참사' 유가족 (희생자 오지민 씨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