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40년째 도로 위에서 차선을 긋고 있는 정태일 씨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때 일당 8000원을 받고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그의 '인생 직업'이 됐다. 정씨는 “도로 위 실선, 횡단보도, 화살표까지 모두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며 “누군가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지금도 현장에 나선다”고 말했다. 정 기술자는 자신이 ‘로드 아티스트’라 불리는 이유를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도로를 그린다는 건 단순히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사람의 길을 만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스팔트 열기와 싸우고, 차량 사이를 피하며 일하지만, 지나가던 아이들이 ‘멋지다’며 박수를 쳐줄 때면 그 힘든 게 다 잊힌다”고 웃었다.
▷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고전릴게임 ‘로드 아티스트’라고도 불리시던데요.저는 차선 도색 작업만 40년 넘게 해온 정태일입니다. 요즘은 ‘로드 아티스트’라고 부르시더군요. 1985년 중학교 여름방학 때 일당 8000원을 받고 처음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차선, 문자기호, 주차장, 도색 제거 등 도로 표시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다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익혔습니다. 인터넷야마토릴게임 ▷ 도로 위 실선·횡단보도·지그재그선 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주로 관할 지자체, 도로공사, 경찰서 등의 발주를 받아 작업합니다. 차선이나 횡단보도, 화살표, 문구 같은 안내 도색이 전부 저희 손을 거치죠. 도색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액체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 둘째, ‘뜨거운 접착 스티커’처럼 재료를 200도 이상 달궈서 바닥에 눌러 2000만원굴리기 붙이는 방식(융착식)입니다. 저는 오래가고 반사성이 좋은 융착식을 주로 씁니다. 직선 차선은 15전, 넓은 횡단보도는 45전 장비로 두께를 맞춰 깔아요. ▷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16살 때부터니까 올해로 40년째입니다. 처음엔 빗자루질, 신호판 들기 같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어요. 선배 기술자들이 절대 일을황소주식투자아카데미 쉽게 안 가르쳐줬습니다. 어깨너머로 보면서 배워야했죠. 요즘은 자동화 기계도 많고 작업 효율도 좋아졌지만, 인력은 오히려 줄었어요. 젊은 세대가 거의 안 들어옵니다. 기술은 발전했는데, 사람은 사라진 느낌이죠. 현장 평균 연령이 50~60대입니다. ▷ 이 일의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한여름 아스팔트 위 체감온도는 50도 넘고, 겨울엔 눈이 안 오고 바닥이 마르면 작업합니다. 즉, 가장 덥고 가장 추울 때 일해야 하는 일이죠. 도로에서 작업하다 보면 민원도 많습니다. 통행 불편 때문에 욕설을 듣는 일도 있고요. 위험하기도 하죠. 특히 휴대폰 보면서 운전하는 차량이 제일 위험합니다. 멀리서부터 신호수를 두고 작업해도 아예 안 보고 들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 동료 중에 사고로 숨지거나 크게 다친 분도 많습니다.
▷ 일반적으로는 ‘그냥 줄 긋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줄만 긋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도로로서 제 기능을 하게 만드는 건 경험이 필요합니다. 비드(야간 반사용 입자) 살포량, 도포 두께, 건조 시간 등 변수가 많아요. 또 글자나 화살표는 순서와 동선을 계산하고 도색해야 몸이 덜 고됩니다. 기계만 다룬다고 기술자가 아닙니다. 사람, 차, 동물 등 예기치 못한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작업해야 진짜 기술자죠.
▷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작업 중엔 시선이 늘 아래를 향해 있습니다. 신호수를 믿고 작업하지만, 차도 위는 늘 변수가 많습니다. 도로를 이동하며 시공하기 때문에 특히 회전구간이 위험합니다. 감속 안 한 차량이 들이닥칠 때면 순식간이에요.
▷ 실제 사고를 당하신 적도 있나요?제 뒷꿈치를 차가 밟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몇 센티만 더 나와 있었으면 죽었을 겁니다. 또 매일 미세먼지, 아스팔트 냄새, 페인트 증기를 맡으며 일하다 보니 2018년에 침샘암 진단을 받았고 왼쪽 침샘을 제거했습니다. 산재 처리는 못 받았지만, 사실상 산재인 셈이죠. ▷ 시간이 지나 지워진 차선이나 횡단보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지는 거죠. ‘그만큼 많은 차들이 내가 그은 선을 밟고 올바른 길로 지나갔구나’ 싶습니다. 지나가다 지워진 곳을 보면 “여기 또 와서 그려줘야겠구나” 하죠. (웃음) ▷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일자리에 위협은 없습니까?자동화가 되긴 해도 완전 대체는 어렵습니다. 국도나 시내도로는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실제로 자동화 장비를 도입했다가 어려워서 되파는 업체도 많습니다. 자동화 영역은 일부 있겠지만, 현장 판단과 기술력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합니다. 다만 젊은 세대가 거의 없어 기술을 전수할 후배가 사라지는 게 더 큰 위협입니다. ▷ 수입이나 처우는 어느 정도입니까?저 같은 기술자는 일당 22만원, 전국 최고 수준이 25만원 정도입니다. 잡부는 15만원 안팎이죠. 노동 강도나 노하우에 비하면 인정은 못 받지만, 그래도 ‘배운 게 이 일뿐이니’ 하고 삽니다.
▷ 가족들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녀에게 권하시겠습니까?솔직히 권하긴 어렵습니다. 사고 위험도 높고, 계절직에 가까워 불안정합니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요. 이 업계 사람들 대부분 자식에게만큼은 안 시키고 싶을 겁니다. ▷ ‘내 손으로 도시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힘들어도 보람이 있습니다. 요즘은 몸이 버티기 힘든 날도 많지만요. 최근에는 아들이 제가 작업하는 영상을 편집해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정말 감동했습니다. 댓글을 전부 다 읽어봤는데, 그 따뜻한 응원들이 정말 큰 힘이 되더군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초등학교 앞에서 노란색 횡단보도를 칠할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20명 가까이 모여 조용히 지켜보다가 제 작업이 끝나자 물개 박수를 치더군요. 그런 환호는 태어나서 처음 받아봤어요. 그날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 시민들이 도로 도색 작업을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누가 알아봐달라고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차선 하나하나에 사람의 손이 닿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규격과 휘도(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정도)를 맞추는 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한 일입니다. 그런 걸 아신다면 지나가며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사람은 줄지 않을까요. ▷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더울 때나 추울 때나 밖에서 일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밀며 하루 종일 걷는 일이라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에 익은 기술은 어디서든 밥벌이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젊었을 땐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보세요. 고생은 헛되지 않습니다. 결국 자기 길을 찾게 되니까요.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