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의 파머스톤(Palmerston) 수상이 한 말로 국제외교에서 흔히 쓰이는 격언이다. 최근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합종연횡의 모습을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 외교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 우리은행적금이자율 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영원히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즈음 만난 북한의 고위관계자에게 "이제 정말 6자 회담에 나오지 않는 거냐"고 묻자, 그는 "국제정치에 영원한 것이 있겠나. 우리의 주권을 존중하고 대화의 틀이 바뀌면 다시 회담장에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창업지원센터 9년이 흐른 2018년. 북한은 4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에 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지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4개월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회동 제안에 호응해 판문점 정상 회동에 나왔다. 지 현대자동차할부이자율 난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에게 다시 '깜짝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6년 전과 달리 냉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경주 도착을 전후해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세력(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하고 제재 완화 카드까지 던지면서 학자금대출 이자율 북미 정상 회동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북한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하자 '북미 간 물밑접촉에서 뭔가 성과가 있나'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결국 헛물만 켠 결과로 나타났다.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인 10월 26일 외교 실무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파견해 사실상 '무언의 거절' 신호를 보냈다. 돌이켜 보면 통일부의 희망적 관측과 달리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은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일부는 2019년 6월의 '판문점 회동'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당시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DMZ(비무장지대) 회동을 제안한 지 불과 32시간 만에 성사됐다. 당시 북한으로서는 4개월 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이 가져온 후폭풍을 수습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세 차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최선희 외무상은 조선노동당 이론지 <근로자>(2023년 제9호)에 기고한 글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6월 '판문점 수뇌상봉' 등 세 차례 정상 간 만남을 "세계 외교사에 특기할 역사적 사변"이자 "정치외교전에서의 가장 큰 승리"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 속에서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 김 총비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판문점이 아닌 평양이나 원산에서의 정상회담은 경호나 의제 차원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 믿고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미국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에 상응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 9월 개정 헌법에 핵무력정책을 명기한 이후에는 '비핵화'가 협상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김 총비서는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의 출발이 핵보유 인정이라는 것을 기준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한을 향해 "Nuclear Power"나 '제재 완화'를 언급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한국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28일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북한 비핵화' 공조에 합의했다.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북한은 박명호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백 번, 천 번, 만 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며 반발했다. 당연히 김 총비서는 트럼프의 '말'과 실제 '행동'의 차이에 주목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도 군사적 의미로 '핵무기가 있다'는 것에 가까워 북한이 원하는 정치적 의미의 '핵보유국' 인정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0월 30일 평양시 강동군 병원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이번에는 민생을 챙기느라 바빠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메시지다.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는 보여주기식 만남이 아니라 행동이 뒷받침되는 통 큰 합의를 평양에 와서 하자는 압박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에 오르며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오겠다"라며 북미 대화의 불씨를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제재 등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갖는 정치 외교적 효과, 미국의 비핵화 요구 철회와 대북제재 해제 발언의 진정성, 북미관계 진전 가능성 등을 따져 트럼프와의 만남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기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즈음 중국을 '중재자'로 하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중재로 중국 내에서 북미 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혹은 원산 방문을 희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의 정책 합의와 한미일 협의 과정이 선결돼야 한다. 현재 북한의 정책 기조로 볼 때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이를 계기로 한 북미 회동이 자연스럽게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실행하고, 북미대화 체계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11월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억지력과 대화, 타협, 설득 그리고 공존과 번영의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안정이 가능해진다"며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를 만드는 게 가장 확고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의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라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계속 열심히 하겠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거론하고, 통일부가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고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억제력과 대화'의 두 축을 거론한 것에 대응해 북한도 '자위력과 단절'을 더욱 강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교류와 대화보다 군사적 대결과 외교 경쟁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북한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정찰위성 5호기 발사 등에 대응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정부 스스로가 '피스메이커'를 포기하고, 미국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 대화보다는 북미 대화에만 집중할 것이다. 지난 10월 27일 3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단둥에서 '조중친선교'(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100대 이상의 트럭 행렬을 목격했다.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 도시와 농촌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건설 자재들이 실려 있다고 한다. 올해 북중 교역량은 공식 통계상으로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위화도에 건설하는 북한 최대의 온실농장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두만강과 압록강에서 본 북중·북러관계는 정치·군사적 협력에서 실질적인 경제 협력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를 만나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미국과 대화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북미 간 협상의 셈법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무산된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내년에 열린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북한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정치와 동북아 정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경험 때문에 북미 회담에 나오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단절의 장기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양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