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카이(본명 정기열·44)는 올해 데뷔 17년 차를 맞았다. ‘지킬 앤 하이드’ ‘벤허’ ‘팬텀’ 등 대형 뮤지컬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한 그는 지난해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월드투어 무대에도 오른 명실상부한 K뮤지컬 대세 배우다. 그런 그가 카이가 아닌 본명 ‘정기열’로 서는 현장이 있다. 바로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강의실이다. 지난해 봄부터 이 학교 전임교수를 맡아 학생들에게 무대 경험을 전수하고 있는 그를 최근 경기도 군포 한세대 음악관 교수실에서 만났다. 화려한 무대 위를 휘젓는 그가 교수직을 맡기로 한 건 자신이 처음 뮤지컬을 시작하려 했을 때 경험했꽁머니 던 막막함과 절실함 때문이었다. 정 교수는 “방향을 잡지 못해 외로웠던 경험이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중학교 음악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과 성악을 접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서울예술고 재학 시절 3년간 선교부장을 맡을 만큼 신앙심이 깊었다. IMF 외환위기로 릴게임알라딘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지며 꿈을 포기할 뻔했지만 선생님의 기도와 격려 속에 서울대 음대에 수석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3학년 무렵 예기치 못한 좌절을 맞았다. 정 교수는 “해외 오페라 오디션을 앞두고 무리한 연습 끝에 성대결절을 앓게 됐다. 빨리 인정받고 싶다는 조급함이 나를 무너뜨렸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회복되산업분석보고서 지 않았고 성악가의 꿈을 향한 길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휴학계를 내고 군에 입대했다. 정 교수는 “공익요원으로 농촌에서 9900㎡(3000평) 밭을 일구며 철 따라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님의 때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마음을 내려놓자 평안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래 말모바일릴게임사이트 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여러 공연을 보러 다니다 뮤지컬에 매료됐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적은 월급을 거의 모두 공연 관람에 쏟아부을 만큼 뮤지컬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군 복무 중 기적처럼 목소리를 되찾았지만 예전의 미성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담긴 새로운 시작이황금성포커성 었다. 그는 바리톤으로 학업을 마친 뒤 2007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데뷔했다.
정 교수가 뮤지컬 ‘팬텀’의 넘버곡 ‘그 어디에’를 부르는 모습. 한세대 제공
그러나 체계적인 지도 시스템도 배우 간 호흡도 없는 환경에 큰 실망을 느꼈던 그는 다시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동아음악콩쿠르(2007)와 오사카국제콩쿠르(2008)에서 각각 3위를 차지하며 성악가로 재기에 성공했으나 ‘내가 좋아하고 듣는 이가 행복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크로스오버 가수로 전향해 2011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무대에 올랐다. 이듬해 ‘두 도시 이야기’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신인상을 받은 그는 이후 ‘레베카’ ‘레미제라블’ 등 대형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입지를 굳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신만의 색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도 허울뿐인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실패의 경험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한다.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길 바라지만 결국 성장은 넘어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 역시 때론 노력보다 인정받지 못해 아쉽기도, 한계를 넘으며 성취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하나님 앞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며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그는 무대 안팎에서 신앙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공연 전에는 믿음의 배우들과 함께 “이 무대가 공연이 아닌 예배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무대에 오르고 ‘먼데이 채플 뮤지컬 액터스(MCMA)’ 기도 모임을 만들어 공연 때문에 주일 예배를 못 드리는 배우들과 예배를 드린다.
최근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20주년 기념 뮤지컬 콘서트에 선 정성화 김선영 김우형 배우와 정 교수(왼쪽부터). 한세대 제공
정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20주년 기념 뮤지컬 콘서트 ‘20.4.U(20 for YOU)’ 무대에도 올랐다. 정성화 김선영 김우형 등 한세대 출신 배우, 졸업·재학생 70여명과 함께다. 그는 이날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학교생활을 그저 잘하려고만 하지 말고 즐겁게 누리세요. 이런 무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즐기길 바랍니다.” 군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