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아직 유해 가스가 마을에 남아있을까 봐 창문도 마음대로 못 열어요" 5일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 온새미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재완(84)씨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거주하는 온새미마을은 지난달 21일과 26일 화학물질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업체 진양에너지와 가장 인접한 마을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마을은 성한 곳이 없었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감나무 잎은 바짝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수확을 코앞에 둔 무와 배추는 마치 제초제 현대캐피탈전문직대출 가 뿌려진 듯 누렇게 변했다. 모두 폐기처분 대상이다. 노지에 심어진 호랑이 강낭콩도 손을 가져다 대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누렇게 변한 무 [촬영 박건영]
자그마한 텃밭을 가 모기지론거치기간 꾸는 김씨는 "입동 전에 무를 뽑아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누렇게 변해버려 막막하다. 66년째 이 마을에 살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무 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원(65)씨도 사고 여파로 약 9천평의 피해를 봤다. 그는 이달 중순께까지 무를 수확해 식품업체에 납품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업체마저 생산을 저축은행이자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김씨는 "유출 사고 이튿날 마을 이장님 전화를 받고 밭에 가보니 전체가 누렇게 변해 밤새 폭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한데, 사고를 낸 업체는 성분 검사를 하러 간다고 무 시료를 떠간 뒤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출된 화학물질은 농협대학커트라인 농작물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생활도 바꿔놓았다.
무 쳐다보는 마을 주민 [촬영 박건영]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정미(56)씨는 "혹시라도 가스가 남아있을까 봐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해 불편이 이만 합병절차 저만이 아니다"며 "불안한 마음에 밤중에도 자다가 일어나서 창문이 열려있는지 꼭 한 번씩 확인해본다"고 토로했다. 김 모(74)씨는 "지금도 으슬으슬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린다"며 "똑같은 사고를 두 번이나 낸 업체 근처에서 앞으로도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업체와 인접한 다른 마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음성군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전날까지 주민과 인근 공장 직원 등 94명이 두통, 매스꺼움, 구토 증세를 보였고, 212개 농가의 농경지 82.8㏊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군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매일 같이 접수되고 있다"며 "내일 주민설명회 이후 피해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음성군, 대학 교수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전날 1차 회의를 열고 영향 조사 지역과 대상자, 환경 피해 분석법 등을 논의했으며, 조만간 경찰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화학물질 보관·저장업체인 진양에너지에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 18분께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 500ℓ가 유출됐고, 닷새 뒤인 지난 26일 오전 9시 43분께도 같은 물질 400ℓ가 누출됐다. 화학물질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면서 발생한 가스가 인접한 마을과 공장으로 확산해 피해를 키웠다. 흔히 본드 원료로 사용되는 비닐아세테이드 모노머는 휘발성이 높은 자극성 유기용제로, 농작물 표면에 닿으면 조직 손상과 탈색, 갈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냄새가 강해 두통·매스꺼움 증세를 유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