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에 대해 나름의 해결책이 있을지 고민하다 압축도시에 관련된 책을 봤어요. 그래서 급식비지원 압축 도시라는 게 과연 우리 현실에도 맞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어요." (*압축도시란? - '기존 도심 내에 주거, 산업, 교통, 복지 등 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해 도시 기능의 밀도를 높이고, 고용 창출이라는 유인으로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송인호 KDI 경 뱅크리치 제교육·정보센터 소장) - 기자님은 지역 소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역 소멸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잖아요. 가장 1차원적으로는 저출생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했고요. 또 청년들이 있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이번 취재를 통해서 알게 된 건 그런 부분도 우리은행전세자금대출연말정산 물론 중요하지만, 이 사람들의 정주 여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정주 여건이라는 게 인프라를 의미하는 건가요? "기본적으로는 인프라죠. 인프라도 제가 생각할 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사람들이 돈 주고 뭔가 구입하거나 어떤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생활 인프라가 있을 수가 있고요. 또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주는 SOC 같은 인프라가 있을 수 있죠. 기존 SOC에 관한 인프라는 정부 예산 배정을 보면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갔는지는 알 수 있었잖아요. 근데 생활 인프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 인프라가 어느 정도 부족한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부분이 별로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이번 취재 통해 그런 부분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었죠." - 생활 인프라라는 게 문화생활 같은 환경인가요? "그런 것도 포함이 되지만 저는 가장 기본적으로 의식주에 관련된 인프라를 생각했거든요. 가장 기본적인 건 슈퍼마켓 아니면 아플 때 갈 수 있는 약국이나 병원 등이 굉장히 필수적인 생활 인프라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 그건 완전한 시골이 아니면 있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인 군 단위 지역을 가보면 읍 중심지나 아니면 면도 큰 면 소재지에만 그런 편의시설이 있고 나머지 작은 면 이하에는 거의 없어요. 문제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 대다수가 고령의 독거 노인분들인데 대중교통이 잘 안 돼 있어요. 이분들은 연세도 많으셔서 몸도 불편하죠. 그런 상황에서 두부나 콩나물 사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나가서 사고 또 집까지 돌아오려면 하루 종일 걸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은 차라리 안 먹고 말겠다는 생각이 많으시죠." - 프롤로그에서 무주에서 산골영화제를 보여줬잖아요.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제가 여러 지역 중에 사례로 소개하고 싶었던 지역이 무주, 진안, 장수였어요. 왜냐하면 여기가 전북 지역에 14개 시군 가운데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이거든요. 제가 촬영을 6월부터 했는데 마침 무주 산골 영화제가 열렸어요. 그때 관광객이 한 3만 명 가까이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무주 인구가 2만 명이 조금 넘으니 무주 인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시적으로 바글바글했던 인구가 빠져나가면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고요, 그런 모습을 통해서 인구가 있고 없고의 도시 자체의 활력을 대비해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프롤로그로 사용했어요."
▲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무주는 노인 분들이 대부분 사는 거 같은데 어떤가요?
"무주가 지금 초고령 사회거든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한 33% 정도 돼요. 근데 전국 평균이 19% 정도 되거든요. 그렇게 보면 노인 분들의 비율이 많은 거죠. 근데 인프라가 없으니까 그분들의 사는 게 쉽지 않을 수밖에 없죠." - 사회복지사들이 식료품 등을 주문 받아 사주나 봐요? "무주군 사회복지협의회에서 하는 서비스인데 사회복지사 인건비와 차량운영비 등은 무주군에서 지원하고 사회복지사 두 분이 주문 받아요. 그 외곽 지역에 사시는 노인 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장을 직접 볼 수 없을 경우 이분들에게 장을 봐 달라고 하면 그 목록대로 장을 봐서 배달까지 해 주시고 거기서 그분들에게 물품 비용을 받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더라고요. 근데 이분들도 두 분밖에 안 계시니까 신청이 몰리면 빨리빨리 해 줄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더라고요." - 강원도 양구는 지역에 주둔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큰 것 같아요. "양구 인구가 한 2만 명 조금 넘는 지역인데 그 지역에 육군 2사단이 있었고요. 인구 수에 포함되지 않은 군 장병이 7천 명 정도 있었어요. 근데 7천 명 중에 장교라든지 부사관들은 그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면 식구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다 양구에서 살아요. 그럼, 양구에서 다 소비하고 서비스를 누리던 분들인데 육군 2사단이 없어지면서 양구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 거죠. 그러니까 그 작은 지역에서 7천 명 이상에 대한 소비자가 없어져 버리니까 전반적으로 양구 지역에 경제가 다 죽게 되는 상황입니다." - 방송 보니 취약한 교통 시설이 양구의 문제라고 나오던데 작은 도시일수록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야 좀 더 편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작은 지역일수록 대중교통에 의지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돼 있어야지 하고 그런 게 잘 돼야 다른 지역에서도 여기서 살면 편리하다는 생각에 이주를 생각해 볼 텐데 오히려 더 안 좋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 예비 타당성 제도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하는 거 같아요. 지역을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 없잖아요. "그렇죠. 예비타당성 조사의 취지는 우리 세금을 적재적소에 아껴서 쓰자는 취지인데 평가 항목 중에 높은 비율이 경제성 항목이에요. 근데 경제성이 높으려면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아야 되거든요. 그래야지 이 시설을 투입해서 이용할 사람이 많고 경제적인 효과가 늘겠다고 판단하는데 아시다시피 소멸 지역에 같은 경우는 인구도 없고 산업 기반도 약하잖아요. 이런 소멸 지역에 오히려 투자를 해줘야 하는데 경제성 평가만 놓고 보면 이런 지역은 절대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예비 타당성 조사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오히려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예타 제도 없애야 할까요? "지금 예타 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거고요. 예전보다 그래도 나아진 게, 경제성 평가 비율과 지역 균형 발전 항목을 추가해서 그 비율도 많이 높아졌어요. 근데 제 생각은 비수도권이라고 해서 다 낙후도가 똑같은 건 아니거든요. 낙후도를 지역별로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 만들어서 낙후가 심한 지역은 더 가산점을 주든지 해서 낙후가 심한 지역에 더 많은 정부 투자가 갈 수 있게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 정부는 거점 도시를 만들어서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거 같거든요. "중앙 정부의 시각으로 봤을 때 각 지역이 다 어려운데 개별적으로 지원해 주기는 쉽지 않지요. 그러다 보니까 거점 지역을 만들어서 집중 지원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거점으로 모여서 살 거란 시각인데 그게 정책적인 면에서는 합리적이죠. 근데 제가 취재 해보면 전라북도 14개 시군 특성이 다 달라요. 지역별로 갖고 있는 강점이 다르고 약점이 다르죠. 그다음에 인구만 봐도 청년층이 많은 지역, 노년층이 많은 지역 그다음에 어린이들이 많은 지역으로 다 다르거든요. 근데 지역적 특성을 무시하고 다 하나로 묶어버리자는 건 중앙 정부의 정책적인 측면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지역이 겪고 있는 소멸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향식 해법은 그만, 이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 영국을 보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찾는 거 같은데. "영국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런던과 지방 도시 불균형이 심하거든요. 제가 헐(Hull) 하고 그림스비라는 도시를 갔어요. 공통점이 뭐냐면 예전에 수산업으로 굉장히 부흥했던 도시였다는 건데, 수산업이 쇠락하면서 도시 자체가 거의 몰락했거든요. 하지만 여기가 좋은 게 뭐냐면, 항구가 있고 이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북해라는 바다가 있어요. 북해라는 바다에 영국 정부가 대규모로 해상풍력 발전소를 세웠어요. 해상 풍력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항상 유지 보수나 자재 보내줄 수 있는 항구가 필요하거든요. 헐이나 그림스비에 있는 항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이 돼서 지멘스라든지 오스테드라든지 이런 해상풍력 기업들이 이 도시에 투자하게 되고 일자리가 생기고 그래서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게 됐습니다." - 그래서 나온 게 지역 스페이스 MBTI라는 건가요? "건축 공간 연구원에서 나온 거예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MBTI 유형 분석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렇게 비슷하게 MBTI 분석하는 방법을 차용해서 유형 나눠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쭉 연구 분석을 해봤더니 다양한 유형이 나왔어요. 그 유형에 따라서 특성을 알 수 있고, 이를 활용해서 앞으로 소멸 대책이라든지 정책 방향을 잡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구 보고서를 낸 거예요." - 효과가 있을까요? "아직 보완할 부분도 있어요. 이게 주로 지역 주민이라든지 공무원이라든지 거기에 사시는 분들의 설문조사로 조사가 되는데 초창기다 보니까 표본이 너무 적어요. 그래서 지금 나온 결과가 꼭 유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이걸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려는 시도가 그동안은 없었어요. 앞으로 더 보완해서 조사해 보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역 소멸 위기를 우리보다 빨리 겪은 일본은 압축도시 전략으로 가는 것 같던데 효과가 있다고 하나요? "변두리 쪽으로 사람이 많이 살아서 인프라가 분산돼 있으면 행정 비용 많이 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운데로 모으자는 거고 그래서 가운데만 집중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라는 보는 정책이고요.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인 (압축도시) 모델이 도야마 시인데 제가 도야마 시를 가봤더니 일정 부분 효과는 있어요. 그런데 이 정책만으로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거나 소멸 위기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결론입니다." - 취재하면서 지역 소멸 막을 방법에 대해 생각하신 게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중앙 정부에서 소멸 대책으로 '이거 이렇게 해야 돼'라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봐요. 그동안 대책이 하향식으로 내려왔다면 이제는 그 소멸 지역의 자치단체나 그것보다 더 작은 단위의 마을별로 '우리 마을에는 어떤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해결책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의 대책이 상향식으로 돼야 되고 그 중심에는 그 마을 주민이 있어야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지역 소멸이 심각하다고 말로만 들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이 지역에 사는 분들의 삶이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거대 담론으로 접근하기보다 이분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정책을 펴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