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에 충격을 받으면서 8거래일 만에 코스피지수 40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낙폭을 키워 한때 장중 3900선 아래로 밀렸다. 전날 4년여 만에 가장 많은 '매물폭탄'을 던진 외국인은 이날도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증시가 6% 안팎으로 폭락하자 한국거래소는 각각 7개월과 15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다만 증권가는 "모든 급등장에는 '숨 고르기'가 따른다"며 납득할 수 있는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이 출회된 데다 외국인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이지만,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단 분석이다. 이날 1.61% 한우리대부 급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패닉셀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폭을 키우더니 4000선과 3900선을 잇따라 무너뜨렸다. 오전 10시33분께는 코스피지수가 6.16% 내린 3867.8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수는 앞서 전날에도 외국인의 강한 차익실현 흐름 속에서 2.37% 내린 채 마감했다. 전날 기록된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약 4년3 디딤돌대출 이자계산 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날도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된 상황이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네이버대출계산 증권가는 급락 이유로 'AI 버블론'과 '단기 폭등에 따른 부담'을 꼽았다. 전날 미국 증시도 'AI 버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탓에 약세를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주가이익비율 등 여러 지표로 본 뉴욕증시의 평가 가치가 역사적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고평가 위험을 경고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관련 주 법정관리 회생절차 식의 버블이 '닷컴버블' 때보다 심각하다는 경고를 내놨다. 전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SMS 홍콩 소재 행사에서 향후 12∼24개월 내 10∼20%의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경고에 가세해 투자 심리 냉각에 일조했다. 이 여파로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밀렸다. 주가가 올 들어 150% 인천한국주택공사 넘게 올랐던 팰런티어는 월가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내고도 7.94% 급락했다. 엔비디아도 3.96% 하락했다. 알파벳과 메타, 아마존 등 주가도 2% 안팎으로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조정 구간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열된 기대를 식히는 '숨 고르기' 국면이 왔을 뿐, 추세적인 하락세에 들어갔다고 해석할 명분이 적단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대비 지수가 70%가량 올랐다. 단기 급등에 따른 건전한 조정일 뿐"이라며 "AI가 시장에 나온 지 약 3년이 흘렀다. 과거 IT 산업을 보면 새로운 사이클이 등장했을 때 적어도 10년은 갔다. 이번에 'AI 버블 논란'으로 인한 조정이라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증권사의 주식 전략 담당 이은택 연구원도 "최근의 국내 증시 조정 흐름이 40여년 전의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 때와 오버랩된다. 상승장일수록 더 많은 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조정받는다고 비관론에 빠지면 안 된다. 악재 해소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운용 대표는 "현 시점, AI 버블이라기보다는 AI 버블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판단"이라며 "증시가 다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어제 오늘의 조정은 가능한 일이다. 지수가 기존 대비 한층 높은 단계인 '3000대 후반과 4000대 초반' 사이에 안착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장을 판단하려면 이번 주 수급과 지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낙 짧은 시기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순간 순간의 재료에도 투자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하다. 하루이틀의 조정을 두고 '조정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외국인의 매도 흐름에서 추세를 찾을 정도인지, 이번 주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조성한다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오는 12월부터 5년간 운용될 예정이다. 정책적인 호재들이 상존한 데다, 모험자본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연말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 발표도 예정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수가 펀더멘털 대비 가파르게 오른 건 맞기 때문에 한때 3500~3700선까지도 밀릴 수 있겠지만, 연말까지 4100선까지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