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트레일이 열렸다. 충남 태안 안면도부터 경북 울진 망양정까지 전체 849km 중 먼저 244km다. 1~4구간 태안 57km, 9~12구간 홍성 49km, 47~55구간 봉화 울진 138km다. 나머지 길은 순차적으로 열려 최종 2027년에는 전체 구간이 완성된다. 동서트레일이 산꾼들에게 주목받는 건 백패킹 하면서 걸을 수 있는 초장거리 길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의 PCT, 히말라야 트레킹, 산티아고 순례길 등 해외의 유명 장거리 코스를 걸으려고 해도 국내에서는 이에 준하는 훈련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취사와 야영이 대부분의 산에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슷하게 장비를저축포트폴리오 운용하며 걸을 수 있는 건 대피소에서 숙박하는 지리산 주능선 종주 정도다. 장거리 도보여행가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드디어 길과 구체적 운영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7문 7답으로 정리해 본다. 1. 코스는 어떻게 되나? 초기 구상에선 전체 55구간 849km는 안면도에서 출발해 서산~홍성~청양~모바일릴게임 종류 공주~대전~보은~괴산~문경~예천~영주~봉화~울진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대부분 기존에 개척돼 있던 걷기길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예산 소비를 최소화했다. 가령 1~12구간의 경우 서해랑길~내포문화숲길을 엮었다. 47~55구간도 외씨버선길과 낙동강세평하늘길, 금강소나무숲길을 각각 활용하고 접속 노선만 추가로 만들었다. 이후 괴산에서 황금성릴 문경으로 넘어가지 않고, 충주와 제천, 단양을 거치는 충북 복합노선 139km가 추가돼 현재에 이르렀다. 이 노선까지 합치면 총 거리는 988km다. 이번에 개방된 구간들은 트레일의 동쪽과 서쪽 끝에 해당한다. 원래는 5~8구간도 이번에 개방할 예정이었는데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일부 노선과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제외됐다. 부자만들기 산림청의 트레일 조성 목적은 이렇다. 해외 사례를 단순 모방하지 않고 우리나라 역사·문화·생활을 접목한 'K-장거리 트레일'로 농산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최근 한국의 자연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동서트레일 한 개 구간 안내 개념도. 대피소 위치와 편의시설, 특산물과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 예약제라던데 꼭 예약해야만 걸을 수 있나? 그렇진 않다. '어떻게 걸을 것인지'에 따라서 꼭 해야 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나뉜다. 먼저 앞서 말했듯, 동서트레일 코스는 대부분 기존에 있던 길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길들은 대부분 따로 허가를 받지 않고도 걸을 수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니 코리아둘레길이나 지리산둘레길처럼 '걷는 것'만 놓고 보면 아무 제한 없다. 단,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같은 구간은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백패킹하면서 걸으려면 조금 다르다. 길 아무 곳에서나 취사나 야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구간별 대피소란 곳에서만 가능하다. 이 대피소는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숲나들e에서 동서트레일 패스를 발급받은 후 이용하려는 날짜에 맞게 예약하고 가서 자면 끝이다. 다만 운영 중 일부 변동 사항이 생길 예정이라 산림청을 통해 각 구간 별로 주의 깊게 최신 소식을 확인해야 한다. 가령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경우 10월 중순 처음 개방할 땐 매주 딱 한 번 금요일에만 52구간부터 55구간, 혹은 55구간에서 52구간으로 가는 전 구간을 가이드 동행으로만 걸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었다. 다만 이 기조는 추후 날짜 제한을 폐지하고 가이드 동행 없이 기점마다 서 있는 산불요원에게 동서트레일 패스를 보여 주거나 입산허가서를 제출하고, 서명부에 서명하면서 지나가는 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산림청이 운영하지 않는 대피소들의 경우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3구간 몽산포야영장 같은 경우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기에 공단 예약시스템을 써야 한다. 또 이번에 개방된 구간 중에서 대피소 조성이 미처 완료되지 못한 곳도 있다. 1구간 꽃지안내소가 그렇다.
3. 대피소는 어떻게 이용하면 되나? 정식 명칭을 '대피소'라고 붙였을 뿐, 사실상 야영장이다. 그래서 국립공원에 있는 대피소와 헷갈려선 안 된다. 국립공원 대피소는 사실상 산장이고, 동서트레일에 있는 대피소는 사실상 야영장이라고 보면 된다. 산을 잘 모른다면 두 행정기관이 도대체 뭔 말장난을 하는 건지 괴이해 보일 수 있는데 각각 나름 이유가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보호를 위해 산장에서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하려는 차원에서 '대피'만 하라고 대피소라 부른다. 동서트레일은 국립공원 대피소에서 취사와 숙박이 가능한 점에 착안했다. 대피소라고 지칭해야 취사 및 야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생긴다. 그러니 일반적인 야영장 상식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산림청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숲나들e 사전예약 필수(인원 제한), 체크인 15~21시(단 17시 이전 도착 권장), 텐트 크기는 4㎡ 이하, 취사는 6~11시, 15~21시에 한해 허용, 장작불 사용 금지, 22~06시는 정숙이다. 제한 사항에 대한 함의는 '동서트레일을 걷는 백패커들을 위한 장소기 때문에 얌체처럼 차를 근처에 대고 슬쩍 와서 큰 텐트를 치고 난장을 벌이며 놀다가 다음날 아침 집으로 가지 말라'는 뜻이다. 4. 대피소는 총 몇 개나 계획돼 있나? 백패킹할 수 있는 곳은 총합 130여 개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급'이 나뉜다. '대피소'는 총 43개 계획돼 있으며, 여기선 야영할 공간이 충분한 것은 물론 화장실, 주차장, 안내소, 심지어는 샤워실 같은 편의 시설이 존재하기도 한다. 따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숙박업소에 딸린 야영장에 돈을 주고 숙박할 수도 있다. 52구간 소광리 대피소가 이렇게 운영될 예정이다. 반면 85개로 예정된 '간이대피소'는 화장실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저히 다음 대피소까지 갈 수 없는 경우 간단히 텐트를 치고 쉬라는 차원에서 마련된 장소다. 아직 모든 길이 완공되지 않았기에 일부 대피소는 계획대로 조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방침은 약 20km 거리마다 대피소를 하나씩 놓고, 간이 대피소는 대피소와 대피소 사이에 필요하면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패커에게 크게 불편을 초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왜 한 번에 개통하지 않고 일부만 개통하는가? 무엇보다 시범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장거리 백패킹 길이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 와서 어떻게 걸을지, 어떤 애로사항이 발생할지 전혀 미지수다. 특정 날짜에 특정 대피소 예약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관리 인력 부족으로 운영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 산림청은 시범 개통 동안 백패커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길을 열었다. 걸으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족한 점, 보완할 점을 듣고 향후 개통될 다른 코스까지 이를 적용해서 완전한 길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니 걸으면서 조금 불편하거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좋은 길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차원에서 그 내용을 산림청에 제보하는 것이 좋겠다. 6. 또 주의할 점은? 일부 언론에서 높은 조회수를 획득하기 위해서 이 길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제목으로 곧잘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장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 길을 만들기 위해서 사찰 30여 개소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허락을 받았는데 정작 길 소개 기사를 보면 모두 기독교 대표 순례길 같은 곳이라고 하니 대승적으로 통행 허가와 공사 협조를 해준 사찰 측을 뵐 낯이 없단다. 백패커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해우소를 열어준 사찰도 꽤 있으니 이런 점에 착안해 감사의 마음을 갖고 지나가는 것이 좋다. 또한 현장을 걷다보면 '산불방지 입산통제구역'이란 안내판을 간혹 만나볼 수 있다. 태안의 백화산, 이번에는 수해로 인해 개방되지 않았지만 원래 열릴 예정이었던 내포문화숲길 일부 구간이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무시하면 된다. 법적으로는 입산통제구역을 모두 해제했지만 현장 안내판은 아직 철거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범 개방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모든 대피소 예약과 동서트레일 패스권 발급 등의 절차들을 특정 앱을 통해서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각 구간마다 따로 입산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대피소를 예약해야 하는데 이 앱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7. 현재까지 개방된 구간을 직접 걸어본 당사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은? 먼저 '완주증을 위한 걷기'를 목표로 한다면 백패킹은 권하고 싶지 않다. 경량장비로 속도전을 펼치는 운행이 훨씬 편하고 낫다. 길을 걷는 내내 탈출로도 많고, 식당과 숙소가 즐비하다. 길이 완공된 이후 완주에 뜻이 없고 예쁜 길만 골라 걷고 싶다면 우수경관 구간을 가면 된다. 1, 4, 7~8, 16~17, 21~22, 26~27, 30~31, 33~34, 37, 42, 44, 46~ 47, 50~51, 53, 55구간과 충북 복합노선 2, 4, 9구간까지 총 18개다. 가장 이 길을 완벽하게 걷는 방법은 숙제하듯 쫓기듯 걷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어떤 날은 휴식일로 정해 대피소에 터를 잡고 주변 관광이나 체험을 즐기고, 저녁엔 시장에서 사온 지역 특산물로 밥을 해먹는 식으로 가야 제대로 동서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운영 계획에는 현재까지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택배를 받아주는 시스템이 도입될지도 관건으로 보인다. 유인 안내소 및 센터가 20여 개 설치될 예정인데 이곳에서 택배를 받아주면 백패커들이 식량, 이소가스 등 소모성 장비나 중간에 망가진 장비를 쉽게 보충하고 길을 이을 수 있다. 미국 PCT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