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무역분야 보복조치를 일시정지하고 미국과 우방국 간 조선업 협력이 공고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공급망 재편을 통해 수주 다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겨냥해 시행한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등의 조치를 1년간 유예한다고 지난 6일 연방관보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유예 조치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앞서 USTR은 중국이 불공정한 정책· 새마을금고 중앙회 자소서 항목 관행으로 해양·물류·조선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보고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달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운영·소유하거나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중국산 STS(Ship To Shore) 크레인 등 특정 2억 대출이자 중국산 화물 처리 장비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는 각국 선사들이 그동안 가격 경쟁력 때문에 선택해 온 중국 조선사에 발주를 중단하게 해 한국 조선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고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이 UST 농협카드사 R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협력해 온 한화오션을 겨냥한 이 조치를 두고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으려는 “경제적 강압”이자 “보복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0일 정상회담에서 통장대출 서로의 조선·해운 산업을 겨냥한 조치를 상호 중단하기로 했다. USTR은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무역법 301조’ 조치의 시행을 오는 10일부터 내년 11월 9일까지 중단하며 이 기간에는 입항 수수료나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한화오션 미국 법인에 대한 제재 철회와 관련해 미중 양국의 무역 합의를 강조하면서 수량표현 철회 가능성을 나타냈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마이크론사에 대한 판매 금지를 철회할 것인가. 한화오션 산하 5개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넣은 조치를 중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상무부는 중미 쿠알라룸푸르 협상의 주요 성과와 합의를 소개했고, 여기에는 펜타닐 관세와 법 집행 협력, 농산품 무역, 미국의 중국 해운·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치 등이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방국 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MASGA는 미국 내 조선산업 및 해운 공급망 재건의 핵심 동맹 모델로,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약 1500억 달러(약 213조 원) 규모의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선·함정 공동 건조, 노후 조선소 현대화, 장기 선박금융 및 정부 보증, 친환경·디지털 조선 기술 교류 등 패키지가 최종 합의됐다. 미국과 일본 역시 지난달 28일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산업 협력 각서를 체결했다. 양국 정부는 워킹 그룹 구성, 공동기금 설치를 통한 조선소 건설·설비 공동투자, 기술 개발, 인재 육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MASGA와 유사하게 조선소 현대화, 디지털 설계 및 차세대 기술 표준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동시에 북극 항로용 쇄빙선·암모니아 추진 선박, 친환경·특수선 설계 및 운영에서 일본의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 쇄빙선 아라온호. [해양수산부 제공]
“한국, 공급망 허브 전략 펼칠 절호의 기회”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보복 조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의 반제목록 등재와 같은 제재가 당분간 유예되면서 한국이 공급망 재편을 통해 수주 다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조선업계 실적도 대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의 그룹 전체 매출액은 18조2243억원으로 작년 대비 10%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7024억원으로 295%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전년 대비 165% 상승한 1조5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했던 한화오션 역시 영업이익이 289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1032% 뛰어올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APEC을 계기로 K방산의 중남미 잠수함 시장 최초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미·중 갈등이 유예된 상황을 두고 “한국이 미국, 중국, 제3국을 연결하는 공급망 허브 전략을 펼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