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유족들이 변호사들의 일탈에 두 번 울고 있다. 가족의 억울한 희생에 대한 손해배상, 형사보상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아예 떼이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과도한 수임료 요구 등 횡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11일 여순사건 유족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A 변호사는 여순사건 희생자 3명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로 유족들이 받게 된 수억원대 형사보상금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 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30일 형사보상금 총 7억2천만원을 수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A 변호사에게 지급을 요청했지만, 차일피일이었다. A 변호사는 보수를 제외한 보상금 6억6천600만원 가운데 2억700만원밖에 지급하지 못했다며 이날까지 잔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다시 12일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 확약서를 작성한 지난 7월부터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유족 측은 호소했다. 유족들은 국민신문고 탄원, 경찰 고소에 이어 재심 무죄 판결이 나왔던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지난 10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유족들은 9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유족 들에게 가야 할 18억원을 주식 투자 등으로 탕진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2016년의) 통탄을 새겨 절대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철저히 살펴서 소송에 임하길 바란다"고 다른 유족들에게 상기시켰다. 손해배상, 형사보상 등 복잡한 민형사 절차를 앞둔 유족들은 일부 변호사로부터 2 0∼30%에 달하는 성공보수를 요구받기도 한다고 한다. 변호사 수임료는 소송 수행의 어려움이나 개별 사례의 특성 등을 고려해 약정에 따라 결정될 문제지만, 과거사의 아픔을 다루는 사건을 놓고 지나친 실익 위주의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소송에서는 5.5%로 약정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회 관계자는 "변호사 측에서 20%를 요구해 흥정하듯 9%로 낮춘 경우도 본 적 있다"며 "'브로커'까지 끼게 되면 소송 당사자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정상적인 '사무장'의 역할을 넘어선 방식으로 소송인을 모집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일부는 유족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소송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믿었던 변호사의 일탈로 생기는 피해를 막으려면 소송 절차 등 안내와 설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번 경우처럼 변호사가 배보상금을 일괄로 받아 소송 당사자에게 다시 지급하지 않고, 유족이 직접 수령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보상금 지급은 상속의 개념이다 보니 집안마다 사정이 달라 가족 간의 합의, 소송 비용 정산 등 절차를 변호사가 처리하는 것이 유족 입장에서는 수월할 수 있다. 최근 여순사건 소송을 대리한 서동용(전 국회의원) 변호사는 "(변호사가 보상금 지급을 미루는 일이)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 안 되지만, 여순사건과 관련해 발생했다니 더 안타깝다"며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정도가 아니다. 억울하게 가족이 죽었는데도 그 사실을 평생 말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유족, 고인의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