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남 장흥군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예양리 주택가. 좁은 골목길 사이로 기와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기와집은 지붕이 반쯤 내려앉은 상태였다. 담쟁이넝쿨이 집 전체를 휘감고 있어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장흥서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불과 30여m 떨어진 이곳은 주민들이 우범지대로 부를 정도로 치안에도 열악해 보였다. 이 집 주인은 오래전에 지역을 떠나 서울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째 방치된 전남 장흥군 한 폐가 부 국민은행 엌 싱크대 위에 천장에서 떨어져 쌓인 먼지가 수북하게 덮여 있어 철거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장흥=김선덕 기자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는 김용일(76)씨는 “장마 때면 특유의 매캐한 악취가 진동하고 커다란 지네까지 출몰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스포티지r 구매프로그램 있다”며 “집을 팔려고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장흥읍 기양리의 또 다른 주택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집 한 채가 보였다. 집 대문은 수년째 폐가로 방치돼 있었다는 듯 굳게 닫혀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부엌 공간은 수북하게 쌓 바빌론 스피드론 인 먼지로 뒤덮여 있어 음산한 모습이었다.
이곳 일대는 장흥군이 칠거리 골목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도시재생 플랫폼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폐가들이 방치돼 있어 남산공원을 오가는 외지인들로부터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흥지역 빈집은 1011채. 이 중 262채만 활용이 가능하고, 749채(74%)는 철거해 개인회생준비서류 야 할 빈집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혼자 거주하는 분도 많고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아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그나마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군비를 들여 철거도 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예양리 마을 주택가. 지붕이 내려앉은 기와집에 담쟁이넝쿨이 집 전체를 휘감고 있어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성군과 고흥군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늘고 있는 빈집을 활용하려 해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활용에 나서기보다는 철거 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다수 빈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소유자를 확인해도 동의를 받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처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게 군 관계자들 전언이다.
이들 지자체와 빈집 규모가 비슷한 해남군은 민관 협력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해남군은 ‘농촌빈집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1114채 중 836채를 활용하고 있다. 이 사업은 방치된 빈집을 정비해 작은학교 전학생 가구에 무상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국비·지방비 없이 상생협력기금 2억원과 민간 기부금 2억원 등 4억원으로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남군은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12월 마산면 일대 8곳을 정비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해남군 마산면 용소길 3곳과 학의길 2곳은 새로 지은 집과 마찬가지로 지붕이 단장되고 내부도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해남군은 올해 타지역 거주자 중 빈집을 매입해 철거 후 신축을 통해 군으로 전입·정착하는 ‘해남형 빈집재생프로젝트’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해남군 농촌개발추진단 관계자는 “리모델링이 끝난 빈집 8곳에는 현재 총 30명이 입주해 살고 있고, 이들 중 8명이 마산초등학교로 전학을 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마을 내 유소년이나 청년층 증가로 농촌 활력 제고는 물론 마을 경관까지 개선되는 뚜렷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흥·해남=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