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하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현재 흑인 정당과 백인 정당의 연립정부라는 정치 실험이 진행 중이다. 남아공 현대 정치에서 사실상 정권을 쥔 주체가 백인에서 흑인으로, 그리고 다시 흑인과 백인의 조화로 바뀐 것을 볼 때 '정반합'(正反合)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남아공은 1948년 보수 백인 중심의 국민당이 집권한 이후 '아파르트헤이트', 곧 흑백차별 정책을 시행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아프리칸스어(남아공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이 발전시킨 토투비소프트 주식 착 언어)로 '분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당 정권은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소수의 백인 위주 정치를 수십 년간 해왔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제재 속에 남아공은 1994년 흑인 자유투사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한 세대 동안 흑인 주도의 정치를 펼쳤다.
2024년 7월 18일 남아공 의회 개회식이 열린 케이프타운 시청 밖의 만델라 동상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타성에 빠진 채 기층 흑인 민중에게 수도와 전기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책 실패를 보일진머티리얼즈 주식 이면서 민심도 ANC에서 갈수록 멀어졌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인 2021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ANC 전국 득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졌고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등 주요 대도시의 지방정부 권력을 야당이 차지했다. 뒤이어 2024년 총선에서도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처음으로 흑백 연정을 이루황금성동영상 게 됐다. 케이프타운 지방정부를 근거지로 친(親)시장주의 백인계 정당인 민주동맹(DA)이 그동안 야당으로 있다가 다른 9개 야당과 함께 ANC의 연정 파트너가 된 것이다. 대통령은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가 맡았다. 첫 흑백 연정은 순항하지 못했다. 정책 이견으로 잡음이 끊이지 차트뉴스 않았으며 지난 7월 ANC 소속으로 부패 혐의를 받은 고등교육부 장관 해임 문제로 파열음이 터지면서 붕괴 직전까지 갔다.
지난해 7월 당시 존 스틴헤이즌 남아공 민주동맹(DA) 대표 겸 농업부 장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이 DA 건의대로 해임을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봉합했다. 현재 남아공 정치 권력 구도는 대체로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흑인에게, 경제 권력은 7%를 차지하는 백인에게 각각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인들은 토지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토지개혁을 추진하려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농장주 학살' 운운하면서 공격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 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흑인경제육성법(BEE) 수정을 요구하는 등 내정 문제에 간섭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BEE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흑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지분 3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어쨌든 남아공 흑백 연립 정부가 협치를 잘 쌓아서 부패 척결 등에서 충분한 성과를 낸다면 과거 백인 지배의 식민 유산을 딛고 흑백 조화의 정치를 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아공 연립 정부와 맞물려 지난 5월 봤던 한 공연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당시 남아공의 전방위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대표작인 '시빌' 공연을 했다. 이 작품은 미술과 영상, 문학, 연극, 음악 등 여러 예술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험적 정신으로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9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시빌' 공연 후 인사하는 윌리엄 켄트리지(앞) [김성진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기획 자체는 백인 인권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난 켄트리지가 했지만 연기와 노래는 주로 흑인들이 코사어, 줄루어 등 토착언어로 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다가왔다. 흑백이 조화를 이룬 무지개국가를 지향하는 남아공다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 기획자가 고대 그리스의 예언자 '시빌'의 이야기를 빌어 운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면 거기에 아프리카적 색깔과 톤을 입힌 역할은 흑인들의 몫이었다. 때문에 작품이 서구까지 포함한 보편성을 띠면서도 아프리카 토양과 맥락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느낌을 줬다. 이 공연을 기획한 GS아트센터는 굳이 아프리카나 남아공 작품이라 하지 않고 작가 자체로 소개했다. 남아공 초유의 흑백연정 실험도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더 이상 흑백 인종 구분에 따른 정치적 의미 부여가 필요 없는 보편성을 얻을 것이다. sungji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