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은 가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나아가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도 충돌하며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산됐다.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반이스라엘 세력과의 교전이 이어지면서 지역 전체가 새마을금고 실비 긴장 국면에 빠진 것이다. 올해 1월 잠시 휴전이 성사되었으나 연장 합의가 무산되면서 곧바로 전투가 재개됐다. 지난달 이스라엘군은 가자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장악을 목표로 대규모 지상전에 나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을 제안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호응하면서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수원 파산 팔레스타인인들이 1일(현지 시간) 포위된 가자지구 북쪽으로 향하는 알-라시드 도로를 폐쇄한다는 이스라엘의 발표 이후 와디 가자에서 남쪽으로 피난하는 사람들을, 누세이라트 난민캠프 북서쪽 해안길에서 짐을 들고 이동하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드원금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기습작전을 통해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했다. 당시 민간인을 포함한 약 1200명이 살해됐고 251명이 가자지구로 끌려가 인질이 됐다. 이 충격적인 공격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대규모 지상전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2금융권대출이율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뒤 북부에서 남쪽으로 진격해 지난해 5월에는 이집트와 접한 최남단 라파까지 도달했다. 군 당국은 현재 가자 전체 면적의 4분의 3가량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에는 가자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점령하겠다며 주민 약 10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뒤 대규모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 같은 공세로 하마스의 군사조직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2024년 8월까지 하마스 무장대원 1만7000여 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한 이후 공식 집계를 내놓고 있지 않다. 국제 인권단체와 중동 현지 매체들은 지금까지 사망자가 2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하마스는 전력 대부분을 잃고 로켓 공격과 급조폭발물(IED) 공격 등 제한적 저항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하마스 지도부도 잇따라 제거됐다. 하마스 1인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는 지난해 7월 이란 체류 중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했다. 야히야 신와르가 지휘권을 이어받았으나, 그 역시 같은 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훨씬 더 컸다는 점이다. 난민촌, 병원, 학교까지 폭격을 피하지 못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6만 6000 명을 넘어섰다. 이는 군인을 포함한 이스라엘 측 사망자 약 2000명의 30배가 넘는 수치다. 분쟁은 가자에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고, 예멘의 후티 반군을 향해 공습을 가했으며, 내전 여파로 불안정한 시리아에도 군 병력을 진입시켰다. 나아가 이란과도 상호 공습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중동 전역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분쟁이 지역 전쟁을 넘어 광역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그 우군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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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학살 80% 넘어···이스라엘에 등돌리는 국제여론
22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연합뉴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막무가내 행보를 이어가면서 국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가디언 등이 이스라엘 정보당국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망자 중 민간인이 83%에 달했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포르투갈, 벨기에 등 국가들이 일제히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5개국만 남게 됐다. 26일 네타냐후 총리가 연설하기 위해 유엔총회 연단에 서자 각국 대표단 수십명이 한꺼번에 퇴장하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럽의 움직임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기존 태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유럽은 대체로 미국과 함께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주권 국가로 공존하며 분쟁을 해결하자는 방안)'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문제에선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이나 휴전협상 재개 노력을 사실상 무시하며 과격 행보를 이어나가자 결국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게 된 것이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조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과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 조치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이스라엘을 상대로 경제 제재, 무기 금수 조치 등 강경 조치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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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최후통첩 날린 트럼프···종전 향한 최대 분수령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을 내놨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종전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 평화 구상을 내놨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에 응해 종전 협상에 착수하면서 전쟁은 종전을 향한 중요 분수령을 맞았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6일(현지 시간) 이집트 휴양 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인질 석방과 휴전을 위한 간접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 1단계 논의의 출발선이다. 1단계 논의에선 하마스가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공개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만일 하마스도 동의할 경우 가자에서 모든 군사 작전이 중단되고 72시간 내 인질·포로 교환이 이뤄지게 된다. 이어 △이스라엘과 공존을 약속하는 하마스 구성원들의 사면 △기술관료적이고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의 가자 임시통치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통치를 관리·감독 등 △미국·아랍 등이 구성하는 국제안정화군이 가자에 배치 등 굵직한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제안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목소리를 반영한 절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합의를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점진적인 철수 등 세부사항을 두고 당사자 간 합의가 엄청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담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병력 철수와 ISF에 대한 세부사항도 협상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하마스 협상대표인 알하야도 지난 4일 TV에 출연, 강경 입장을 밝혔다.그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중 자신의 아들과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죽음이 ‘승리의 연료이자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며 점령군에게 영원히 남을 오점’이라고 주장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