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간담회 개최 지시’(57개 공감), ‘방구석 여포의 참패’(55개 공감), ‘경제 총괄 = 허울’(24개 공감) 같은 제목의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롯데캐피탈 채용조직에 대한 냉소도 이어졌다. “부총리직은 반납하고 조직은 세입처로 격하시키는 게 조직 기능상 맞을 것 같다”, “부총리 반납하고, 분수에 맞는 일만”, “국어를 배웠으면 주제를 알고 수학을 배웠으면 분수를 알 것” 같은 자조 섞인 글이 공감을 받았다.
게시판에는 ‘R.I.P.(Rest In Peace·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획재정부’라는 추모 문구와 조문 리본을 뜻하는 나비 이모티콘(▶◀)을 단 글이 여러 개 게재됐다. ◇이형일 1차관 긴급 간담회서 사과 품위유지비 내부 동요가 심상치 않자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식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는 사무관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도대체 부총리는 아무것도 못 지키고 뭐 했느냐”, “실국장이 아니라 장관이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는 거센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과 성토 글 캡처.
일부 국장은 최근 과장들에게 “사무관들이 심적으로 힘들어하니 업무적으로 너무 몰아세우지 말라”는 지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일이 힘들어도 기재부에서 일한다는 자긍심 하나로 버텼는데 핵심 기능을 모두 잃고 껍데기만 남아버려서 허탈함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제만 남은 재경부, 사령탑 유명무실 이번 금융 부문 이관 무산으로 재정경제부는 실질적 정책 수단을 대폭 상실하게 됐다. 경제정책의 3대 핵심 수단은 예산·세제·금융으로 꼽히는데, 재정경제부는 이 가운데 세제 분야만 쥐게 된 셈이다. 당초 구상은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되, 재정경제부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명실상부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 전경 /뉴스1
한 경제 전문가는 “기재부는 그동안 예산권을 보유했기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세제 정책만 담당하게 되면서 사실상 일반 부처 중 하나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신설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데는 변함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 직원들의 불신과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