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며 국내 관광 산업이 특수를 맞고 있다. 춘절과 더불어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까지 겹치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명동·홍대 등 외국인 방문이 많은 지역은 더 활기를 띠고 있다. 한편 주요 상권이 중국인 관광객 맞이에 열을 올리며 국내 20~30대는 다른 상권으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일대는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서 걸어야 할 만큼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인파의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한국어가 적힌 모자, 꼬치 스마트론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점포 상인들도 저녁 장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시행을 통한 상권 활성화도 벌써 체감됐다. 명동거리에서 만난 관광통역안내사는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중국인 여행객이 늘어난 게 체감된다”며 “평소에 비해 30%는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자금대출 신용불량 노점에서 큐브스테이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평소에는 1시간에 10팀 정도 왔다면 지금은 15팀 정도는 오는 것 같다”며 “원래도 춘절, 국경절은 국내에서도 대목인데 무비자 입국까지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눈에 띄는 매출 증가도 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 법인차량대출 GS25 매장에서는 외국인 결제수단(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100배 급증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결제가 대폭 늘었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K팝 앨범 ▷넷플릭스 협업 상품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CU 역시 전주 대비 25% 늘었다. 특히 명동·홍대·성수·공항 등 외국인 방문이 높은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38%로 더 높았다. 외국인 특화 점포 10곳을 운영하는 롯데마트도 고객 수가 전주 월요일보다 35% 늘고 매출도 약 15% 늘었다. 통계청 이처럼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지자 주요 상권을 찾던 국내 20~30대는 다른 상권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가 늘어나며 상권에 대한 흥미와 편의성 등이 크게 떨어진다는 불만이다. 심지어는 한국어 가격표는 찾기 어려운 곳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특히 마포구가 홍대 일대에 조성한 관광 특화 거리인 레드로드에는 이른 저녁 시간에도 보행이 어려울 만큼 관광객이 빼곡했다. 홍대 상권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혼재된 상권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드로드에서 만난 정모(23) 씨는 “거의 모든 음식점과 상점들이 프랜차이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기하겠지만 한국인은 크게 새로울 건 없다”며 “주로 길 건너 연남동을 가는데 오늘은 노래방을 가려고 홍대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영기 기자.
실제로 길거리에는 외국인 중국어로만 안내문을 만든 상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액상담배 가게는 중국어로만 안내문을 붙였다. 다른 전자담배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홍대 인근에 거주한다는 박모(30) 씨는 “서교동에 살고 있지만 홍대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며 “10년 전쯤에는 확실히 국내 20대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라고 느껴지니 자주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층의 이동으로 홍대 상권의 일부 업종 매출이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서울 시내 주요 상권별 카드 사용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월평균 매출액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5월 기준 홍대 상권 매출은 39에 그쳤다. 매출이 61% 감소했다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소비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찾는 젊은 층의 선호도에 따라 서울 주요 상권의 소비 지형도 빠르게 달라지는 추세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