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럭셔리 콘셉트' 마련에 공들이고 있다. 특화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주민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 유행이 확산하면서 수요자 입맛에 맞는 설계에 한창인 것이다. 주요 지역 내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수주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1만2,867평(총 4만 2,535㎡) 면적의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압구정'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는 사우나와 32m 비거리의 골프연습장, 실내 서핑과 수중 재크로스타임 활까지 가능한 수영장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다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장고와 24시간 헬스케어 컨시어지 센터, 와인 저장고와 음악감상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형 개인형 스튜디오가 꾸려진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는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의 향으로 꾸며지고, 스파는 록시땅과 협업할 예정"이라며 "올데이 다이닝(세 끼 식바잉포인트 사를 제공하는 식당)에서는 현대백화점과 연계해 정호영 셰프가 직접 기획한 메뉴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커뮤니티에 파르나스호텔 클럽 라운지가 적용된 예시 이미지. GS건설 제공
GS건한성엘컴텍 주식 설은 파르나스호텔과 업무 제휴를 맺고 커뮤니티 시설에 이 호텔의 체계를 접목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 2, 3차 커뮤니티 시설에 적용할 예정으로, 5성급 호텔의 노하우가 담긴 고급스러운 공간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지 상단에 조성되는 스카이브릿지와 게스트하우스에 이를 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매커스 주식 분양한 강남구 청남르엘에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롯데문화재단과 협업해 스페인 작가 하이메 아욘과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아욘의 경우 올해 4월 직접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작품이 설치될 공간을 살펴보기도 했다. 아욘의 작품은 주요 조경공간인 중앙광장에 놨고, 사이로랩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 주변으로는 티하우스와 수변시주성투 설도 조성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첫 공개했다"며 "고품격 주거 브랜드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작가 하이메 아욘(왼쪽)이 서울 강남구 청담 르엘 현장을 방문해 작품 계획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건설 제공
모두 사업성이 높은 서울 주요 지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설계에 해외 유명 사무소를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입찰 제안서까지 명품 브랜드 화보집처럼 제작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져서 웬만한 콘셉트로는 '고급' 이미지를 씌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당분간 고급화 포인트를 발굴하는 데 많은 힘을 쏟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