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 창의적 업무의 경제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일러스트, 디자인, 번역 등 일부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가치 사슬이 붕괴하면서다. 단순한 일자리 대체를 넘어 일명 '창의적 중산층'의 구조적 몰락과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번역 및 출판 시장 위기 4일 영국 작가협회가 지난 1월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번역가 중 36%가 생성형 AI 때문에 일감을 잃었다고 답했다. 43%는 같은 이유로 수입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응 청어람 답자의 77%는 AI가 자신의 미래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관했다. 해외 대형 번역기업은 이미 AI 번역 후편집(MTPE)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번역사 플랫폼 GTS의 올해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7.93%가 MTPE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7.20%는 "AI가 번역 요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신용보증서 "고 답했다. 많은 업체가 번역료를 10~30% 할인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 50% 이상 할인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가의 역할이 창의적 재해석자에서 AI의 오류를 수정하는 편집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이런 위기감은 세계 최대 오디오북 유통사인 아마존의 오더블이 지난 5월 AI를 활용한 번역 및 낭독 서비스를 내놓 르노삼성 SM5 디젤 으면서 더 커지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이런 움직임은 인간 번역가와 성우의 입지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파괴적 충격'이라고 지적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충분히 좋은' 번역과 목소리가 시장의 표준이 될 경우 인간의 미묘한 감성과 창의적 해석이 담긴 작업물은 소수만을 위한 고가의 사치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성형 AI는 글로벌 게임 산업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를 주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채용 공고가 AI 확산 이후 70%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은 국제결혼중개업체 결정타가 됐다. 게임업계의 고용 불안은 단가 파괴와 동시에 진행됐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이전의 일러스트 비용의 10분의 1 정도만 고객이 요구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의적 노동의 가치가 AI 결과물의 '후처리' 비용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AI 수리공'으로 전락 생성형 AI는 수년간의 훈련과 전문 기술이 필요한 창의적 작업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했다. 로고 디자인, 기본 일러스트, 초벌 번역과 같은 작업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프리랜서 시장에서 전례 없는 단가 파괴 경쟁, 이른바 '초단가·초납기' 경쟁도 촉발했다. 이런 '가치 하락'은 프리랜서에게 이중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우선 일감의 절대적인 가치가 하락한다. 고객은 "AI로 초안을 만들었으니 약간만 수정해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를 하며 기존 단가의 10~20%에 불과한 금액을 제시한다. 창작자의 역할은 '창조자'에서 AI 결과물을 다듬는 '후처리 기술자'가 된다. 전문적인 창의 노동이 단순 반복 작업이 됐다. 줄어든 일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기 쉽다. 창의적 전문가의 역할은 '창조자'에서 'AI 수리공'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AI 기술 프리미엄'을 얘기한다. AI 기술이 노동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를 활용하는 노동자의 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이다. PwC가 발표한 '2025 글로벌 AI 직무 바로미터'에 따르면 AI에 노출된 산업의 임금이 그렇지 않은 산업보다 2배 더 빠르게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동일 직무 내에서도 평균 56%의 임금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엔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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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프리미엄'을 소수만 누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수의 AI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최상위 기술 엘리트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반면 대다수의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핵심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상품화되면서 시장에서 교섭력을 상실하고, 임금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창의적 중산층의 붕괴 생성형 AI는 글로벌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는 IMF 기고문에서 "AI는 생산성 하락 추세를 역전시킬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생산성 급증을 끌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생성형 AI가 완전히 도입될 경우 미국 노동 생산성을 약 15%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규모 직업 전환'과 '불평등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개발협렵기구(OECD)는 회원국 전체 일자리의 약 28%가 높은 수준의 자동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켄지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약 1200만 건의 직업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임금 노동자가 고임금 노동자보다 직업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최대 14배나 높다고도 분석했다. OECD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스테인 브뢰케는 "AI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아직 거의 없지만 자동화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고 가장 위험에 처한 직업이 OECD 전체 고용의 27%를 차지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창의적 중산층'의 붕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자동화는 주로 육체노동이나 반복적인 사무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생성형 AI는 그래픽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던 지식 노동자를 직접 위협한다. 이들의 소득 기반이 무너지면 사회의 중산층이 얇아지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의 구매력이 감소하면 내수 시장의 수요 부족을 야기하고, 이는 또 다른 분야의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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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도 영향권 AI 쇼크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2분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업계의 AI 활용률은 41.7%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게임사의 100%가 향후에도 계속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AI는 주로 '콘텐츠 제작'(63.0%)과 '콘텐츠 창작'(43.0%) 단계에 집중적으로 활용됐다. 웹툰 산업에서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채색, 배경 제작까지 AI가 깊숙이 침투했다. 과거 컨셉 아티스트 여러 명이 일주일간 작업하던 결과물을 AI 전문가 1명이 하루에 수백 개씩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효율성 상승의 가장 큰 희생자는 스타 작가나 핵심 개발자가 아니다. 제작 파이프라인의 허리를 담당하던 직원과 외주 인력이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