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영남 대구와 부산의 전시판은 사진의 바다에 잠겼다. 9월18일 개막한 대구 사진비엔날레와 9월27일 개막한 부산국제사진제를 중심으로 미국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로저 발렌과 원로 사진가 황규태·강운구씨의 기획전과 회고전 등 볼 만한 사진전시회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애호가라면 2박3일이나 3박4일의 감상 여정을 짜는 것도 좋겠다. 감상 여정의 시작은 국내 최 러쉬앤캐쉬무상담300대출 대 규모의 국제 사진행사인 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 비엔날레는 올해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30개국 200여명 작가가 사진과 영상 등 700여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와 파리사진미술관에서 큐레이터를 지낸 에마뉘엘 드 레코데 예술총감독은 인간과 동식물 등 세상의 존재들이 서로 이어지며 공존하는 ‘공생세 창업사이트 ’(Symbiocene)의 개념을 내세우면서 이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1~9전시실의 주제전 ‘대지에서 하늘로’ ‘지구 중심으로의 여정’ ‘인간, 자연’ ‘동물의 편’ 등 8개 섹션과 10전시실의 포토북 전시로 구성된다.
대구사진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된 싱가포르 작가 주택금 로버트 자오의 근작 ‘5그루의 알비지아’ 연작 중 일부. 싱가포르 시내에서 자라는 외래종 수목 알비지아의 세부가 사람의 눈과 피부처럼 포착되었다. 노형석 기자
물가에서 바닷속 깊은 곳까지, 다채로운 농도를 바꾸는 ‘물의 색감’을 타일 블록처럼 구현한 니콜라 플로크의 잉크젯 프린트 70장 연작과 옷 한국장학재단 전환대출 방법 에 이끼를 키우고 식물의 씨앗을 발아시킨 김주연 작가의 작업들, 옻칠 종이에 금호강·낙동강의 물고기와 수중생물들을 엷게 인화해 담은 김신욱 작가의 ‘어해도’, 싱가포르 시내에서 자라는 외래종 수목 알비지아의 세부를 사람의 눈과 피부처럼 포착한 로버트 자오의 연작 등이 눈에 들어온다. 97권의 사진책과 48점의 원본 사진 등을 내놓은 포토북 섹션은 처음 신설 9월 담보대출 금리 된 것으로 100% 수공으로 만든 중견 사진가 이정진씨의 한지 사진책 등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2층 11·13전시실에서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의 순간들을 성찰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일본 여성 작가 가와우치 린코 개인전과 여성의 생식기를 주제로 한 과거와 현재의 다기한 사진 작업들을 조명한 ‘세상의 기원’도 선보이고 있다. 두 특별전 모두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쿠르베의 명화 제목을 딴 ‘세상의 기원’은 19살 이하 입장 금지란 조건이 붙어 있고, 파격적인 주제와 달리 작품 구성은 산만하고 정제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월16일까지.
대구 도심 대봉동 갤러리 토마에서 열리고 있는 원로 사진작가 황규태씨의 픽셀 이미지 근작 개인전 현장. 노형석 기자
대구 대봉동 갤러리 토마에서는 오는 19일까지 1960~1970년대 한국 전위 사진의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의 말년 대표연작 ‘픽셀’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열리는 중이다. 유지숙 갤러리 대표와 함께 이은숙 독립기획자가 함께 만든 이 전시는 여기저기 나타나는 구석 공간들의 오밀조밀한 건축적 감성에 맞춤하듯 배치된 팝아트풍의 컴퓨터 픽셀 이미지들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에서는 현대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로 지난해 부산국제사진제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된 미국 출신 사진가 로저 발렌의 사진과 영상들을 모은 개인전 ‘마인드 스케이프’를 만나게 된다. 사진 매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과 무의식의 밑바닥을 탐색해온 작가는 쥐 등의 동물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광기와 고립감 등이 표출된 독특한 사진 연작들로 세계 사진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석재현 기획자가 꾸린 이번 전시에서는 ‘새들의 수용소’와 ‘로저, 혼돈의 쥐’ 등 작가의 대표 연작 4가지가 나왔다. 특히, 쥐 가면을 뒤집어쓴 남자가 어둔 집안에 마네킹을 들여놓고 연출하는 광란의 만찬과 폭력 장면들을 담은 동영상은 발렌의 그로테스크 미학을 단박에 실감하게 해주는 수작이라고 할 만하다. 11월2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 마련된 현대사진 대가 로저 발렌의 개인전에 나온 출품작 ‘혼과 공간들, 방문객들’(Spirits and Spaces, Visitors). 수성아트피아 제공
부산으로 가면 올해 9회째인 2025 부산국제사진제(BIPF)가 기다린다. 수영구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에프(F)1963 내부의 석천홀과 영도조선소 앞 예술공간 스페이스 원지, 사상구 학장공단 안 일산수지에서 나눠 열리고 있다. 이일우 기획자가 전시감독을 맡아 ‘혼 불, 심연의 빛’이란 주제를 내세워 본전시와 특별전, 딸림 전시들을 펼쳐놓았다. 14일까지 열리는 석촌홀의 본전시는 혼과 불을 내세워 서구적 미학보다 한국인들의 내면의식과 눈길에 어울리는 사진 구작들을 주로 냈는데, 주제전 작가 작품들만으로 들머리부터 안쪽까지 시원하게 관람 동선을 틔워놓았다. 사람들의 내면 심성을 흔들리는 군상과 자연 풍경으로 고찰한 이갑철 작가의 명작들과 적외선 촬영으로 설악산을 담은 초대형 파노라마를 내놓은 박진하 작가의 근작, 4·3 제주항쟁이 남긴 비극의 잔상을 서러운 풍경으로 포착한 성남훈 작가의 노작, 노인의 몸 구석구석에서 존재의 비애감을 읽어내린 장숙 작가의 연작 등이 제각기 존재감을 내뿜는다. 전통 춤사위의 흔적을 허연 여백 속에 흐릿한 실루엣으로 풀어내린 양재문 작가의 ‘풀빛여행’ 연작들은 확대된 대형 막으로 홀 천장에 내걸려 유령처럼 너울거리는 광경도 보여준다. 특별전으로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 스타들을 찍은 우명률 작가의 스틸사진들을 내건 ‘은막의 스타’와 카메라회사 캐논 코리아가 주목할 사진가로 선정한 강영호, 김용호, 장민승 작가의 작품 마당이 본전시장 옆에 따로 차려졌다. 영도조선소 앞 갤러리인 스페이스 원지는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다양한 딸림 전시들의 공간이다. 부산 원로 사진가 정정회 초대전과 한효진 작가전, 후지필름 특별전 ‘천개의 바다’, 10개 사진가 그룹전 등이 열리는 중이다. 젊은 사진들은 사상구 학장공단의 일산수지 전시장에 모였다. 19일까지 진행되는 국제청년작가 교류전 ‘언더 더 스킨: 열과 막’을 손창안, 이재균 기획자의 구성으로 감상할 수 있다.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 마련된 원로 작가 강운구씨의 회고전 ‘우연 또는 필연’의 출품작 중 하나인 ‘경상남도 거제도 1974’.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또 다른 볼거리는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 차린 한국 다큐 사진의 대가 강운구 작가의 개인전 ‘우연 또는 필연’이다. 1994년 사진집과 전시로 처음 공개된 그의 70~80년대 한국 다큐 풍경 작업들을 복원한다. 90년대 초 인화된 11x14인치 은염프린트 사진들을 중심으로, 20x24인치 크기로 확대된 17점의 디지털 프린트 등을 더한 130여점을 내걸었다. 간절히 앵글에 들어오길 바라는 피사체의 순간이 어느 순간 우연으로 다가오는 건 이미 정해진 필연이라는 특유의 사진론에 바탕한 작업들이다. 경남 거제와 전북 장수, 강원 설악산, 서울 을지로입구 등을 찍은 40~50년 전 사진들은 저문 과거 시절의 풍경과 사람들을 포착한 것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낭랑한 존재와 시간의 울림을 던진다. 내년 1월9일까지. 대구 부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