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호주·캐나다·대만·멕시코·베트남 등 역내 21개 회원국이 참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이란 올해 최대 외교 이벤트도 경주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천년 고도에 2만명 집결 APEC 준비기획단과 국회, 경북도 등은 정상회의를 전후한 10월 25일~11월 3일 김해공항 등을 통해미국증시 경주로 이동하는 인원이 약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 대표단 외에 10월 29~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최고경영자회의(CEO 서밋)에 참여하는 각국 기업인도 있어서다. 국가 정상들의 전용기 외에 기업인 전용기 50~100대가 인천 및 김포공항, 포항경주공항을 드나들 예정이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오션파라다이스게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경주현대호텔(현 라한셀렉트)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총리와 힐튼경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 정도의 대규모 국제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위탁모집 ◇‘PRS’가 뭐길래… 120억 투입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하려면 침실과 응접실, 회의실, 경호 시설 등을 갖춘 최고급 객실인 ‘정상용 숙소(PRS·Presidential Royal Suite)’가 필요하다. 개발이 어려운 ‘천년고도’의 특성상, PRS 확보가 난관이었다.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주변 호바다이야기5만 텔과 회원제 콘도, 기업 연수원 등 10곳에 ‘정상용 숙소’(PRS) 21개 실을 조성하는 데 예산 120억원이 투입됐다. APEC 준비기획단은 힐튼경주호텔은 미국, 경주코오롱호텔은 중국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서울에도 별도로 호텔을 예약했다. 경호나 의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정상들이 같은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소제2롯데월드관련주 노캄 경주에는 PRS 7개가 마련됐다. 농협경주연수원처럼 대형 VIP룸을 보유한 연수 시설도 정상들 숙소로 활용된다. 경주의 ‘숙박난’ 탓에 경제인 숙소는 인근 울산과 대구, 부산 등으로 분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APEC 기간 포항 영일만항에 7만t급 선박(850개 객실)과 2만6000t급 선박(250개 객실)을 정박시키고 숙소로 활용한다. 정상회의 첫날 열리는 정상 만찬은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주의 대표 유적지인 ‘동궁과 월지’도 만찬장 후보였는데, 국가유산청이 문화재 출토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불국사에서 정상 행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동선 문제 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이 불국사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美中 회담 등 ‘관전 포인트’ 정부는 가칭 ‘경주 선언’으로 불리는 APEC 정상회의 결과 문서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윤성미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제 협력 활성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APEC 회원이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었기에 어떤 내용이 도출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의장인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해 별도의 성과 문서 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도 현재로서는 경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19년 이후 6년 만에 성사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집권 2기의 첫 미·중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양자 간의 현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내 통신사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APEC 정상회의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방한 때처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