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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쫓아 갖게 내게 내가 엉덩이 웃어“처음엔 믿을 수 없었죠. 보자르 홀에 앉아 있는 것도 꿈만 같았어요. 이렇게 수준 높은 대회에서 우승하다니, 초현실적인 경험이었죠.”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인 니콜라 미우센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할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니콜라 미우센이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아르떼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껏해야 결선 진출을 바랐지 수상은 생각도 안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우센은 지난 5월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 극장에서 열린 콩쿠르 결선에서 쟁쟁한 경쟁자 11명을 제치고 1위에 기아자동차 9윌 구매혜택 오른 2002년생 네덜란드 피아니스트다. 그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지난달 16~25일 서울, 제주, 당진, 경주 등에서 공연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이후 대만을 거쳐 1일 일본 일정을 마지막으로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클래식 음악계의 3대 콩쿠르로 꼽힌다. 결선 기간엔 서브프라임모기지등급 연주자와 외부인의 접촉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도 차단할 정도로 혹독한 대회다. 해마다 돌아가면서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등 종목을 달리하는데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자가 나온 건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국내 피아니스트의 역대 최고 기록은 1991년 백혜선과 2016년 한지호가 세운 4위. 한국인에겐 유달리 문턱이 높은 콩쿠르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등급 외부와 단절됐던 결선...오히려 평온함이 왔다 “일주일 동안 누구와도 연락을 못하고 혼자 방안에 갇혀서 연습을 했어요. 결선 진출한 이들과만 얼굴을 봤는데 서로 죽기 살기로 하는 결선이었죠.” 백혜선은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올해 우승자인 미우센도 “준결선을 치를 때부터 3주간 경쟁을 계속해 국민연금저소득층지원 서 격리에 들어가기 전부터 약간 지쳐 있었다”고 말하긴 마찬가지. 그런데 정작 결선 격리에 들어갔을 땐 평온함이 찾아왔단다.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경력 관리나 마케팅처럼 음악과 무관한 일들은 모두 접어둘 수 있었으니까요.”
음악에 몰입한 미우센의 결선 무대는 선곡부터 화제였다. 결선 진출자 12명은 공통 과제로 준비된 신곡과 각자 고르는 옛 협주곡을 하나씩 연주한다. 미우센은 남들이 고르지 않던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택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다른 경쟁자 4명이 같은 작곡가의 더 유명한 협주곡 3번을 골랐던 것과 엇갈렸다. 미우센은 선곡 이유에 대해 “프로코피예프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매료됐다”며 “특히 협주곡 2번은 음색과 화음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감정적 파도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감 넘친 선택 뒤엔 이미 이 콩쿠르를 경험해봤던 스승이 있었다.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프랑스 피아니스트 프랭크 브랄리가 그의 선생님이었다. 미우센은 “대회 몇 달 전부터 (브랄리에게) 집중적인 가르침을 받았다”며 “연주를 들은 선생님께 ‘여기는 개선해야겠다’는 말을 들으며 스승과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는 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브랄리는 제자가 우승하자 자랑스러움을 드러냈다고. 다만 각자 공연을 다니느라 대회 직후 단둘이 만난 적은 아직 없다. 만나면 대회 직후 정신없이 흘러갔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단다. 유튜브로 키운 피아니스트의 꿈 미우센이 처음 바랐던 음악가의 길은 첼리스트였다. 사촌 형이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사촌 형의 뛰어난 연주를 보다 보니 ‘첼리스트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생각에 꿈을 접게 됐다고. 그러다가 어렸을 적 휴가를 떠나던 차 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피아노 연주가 인생을 바꿔놨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피아니스트들의 실연 영상을 보길 수차례, 결국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그는 8~17세에 매주 이틀씩 피아니스트인 말리스 반 헨트를 만나 음악을 듣는 법과 피아노 연주법을 배웠다. 12살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인 엔리코 파체를 스승으로 뒀다. 그는 지금도 헨트를 “음악적 어머니”로, 파체를 “음악적 아버지”로 부른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인 니콜라 미우센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미우센은 벨기에의 엘리트 음악가 양성소인 퀸 엘리자베스 음악 예배당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예배당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유명한 벨기에의 외젠 이자이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따라 벨기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1939년 만들었던 공간이다. 오디션을 거쳐 이곳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는 이들에겐 오롯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 주어진다. 미우센은 “과거 공부했던 곳과 비교해 이 예배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연성”이라며 “선생님들이 솔로 레슨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짜거나 소규모 악단들과 협연하는 데서도 개방적이다”고 말했다. 음악 해석에선 악보 자체에 집중한다. 일부러 음악에 자기 생각을 넣진 않는다. 연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이 담긴다고 봐서다. 미우센은 “가장 건강한 음악 접근법은 작곡가가 무엇을 원했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고민하면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그는 음반을 찾아 들을 때도 틀에 갇힌 스튜디오보다는 자유로움이 잘 드러나는 공연장에서의 녹음본을 더 선호한다. “실황 녹음을 듣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중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녹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모차르트 연주할 때 행복한 이유는 모차르트 곡을 녹음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우센은 모차르트의 협주곡이나 실내악을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준결선에서 자신이 선보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연주였다고. 그는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다 보면 다른 연주자들과 소통하는 것과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사이에서 이상적인 균형이 있다고 느껴진다”며 “모차르트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차르트의 매력을 충분히 못 느꼈을까 싶어 그는 음반도 추천했다.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아가 영국챔버오케스트라(ECO)와 협연해 2006년 내놨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앨범이다. 우아하고 섬세한 해석이 돋보이는 녹음본이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인 니콜라 미우센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이렇게 보면 고전 음악 애호가 같지만 미우센은 현대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현대 음악을 작곡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빌 에반스, 키스 재럿, 오스카 피터슨 같은 북미의 재즈 피아니스트도 그의 관심 대상이다. 다만 당장 재즈 음악에 도전할 생각은 없단다. 아직 파헤치지 못한 레퍼토리가 클래식 음악에도 무궁무진하다고 봐서다. “중요한 건 자신이 열정을 느끼는 음악을 연주하는 거겠죠. 그리고 이들 음악은 서로 연결돼 있어요. 예컨대 쇼스타코비치는 모차르트의 열렬한 팬이면서 바흐에게도 영감을 받았죠. 그래서 음악에선 모든 걸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연관성을 강조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미우센의 예술세계는 장르를 넘나든다. 그는 서적이나 시에서 영감을 얻는다. 러시아 음악을 연주할 때면 톨스토이의 문학 작품을 떠올리기도 한다. 미술사를 공부할 생각도 갖고 있다. 피아노만 아는 연주자는 그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전 책이 음악과 쉽게 이어진다고 보는데 발레도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어렸을 적 스크랴빈을 만났을 때 ‘모든 다양한 예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책을 읽고 오페라를 보며 영감을 받아 피아노를 치라는 거죠. 제 목표도 그런 건데 아직은 갈 길이 머네요.” “본업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요” 미우센의 피아노 소리는 섬세하면서도 또렷하다. 그런 소리를 내는 피아니스트는 여럿 있지만 미우센은 언제나 균형을 잃지 않은 채 다채로운 색감을 풀어낼 줄 안다. 연주 내내 그럴 만한 에너지도 충분하다. 미우센은 매년 초여름이 되면 프랑스 산악 코스에서 자전거를 탄다. 로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 일부를 따라가며 산을 오르기도 한다. 내년 6월에도 프랑스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고. “삶에 (본업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게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피아노 연습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운동을 안 하면 에너지가 떨어지는 걸 느껴요. 자전거는 친구들과 함께 탈 수도 있고 일상적인 수다를 나눌 시간도 줘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건 덤이죠.”
피아니스트 니콜라 미우센. / ⓒ Simon Van Boxtel
20대 음악가인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어떻게 전할까도 고민거리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객석에 젊은 관객이 많아 놀랐다”고.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관객이 많은 유럽의 풍경과는 달라서였다. 미우센은 클래식 음악이 젊은층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교육을 꼽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학교와 음악계가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어릴 때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나중에 콘서트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수 있겠죠. 음악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건 정부와 예술가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미우센은 AI와 연관 지어 예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기도 했다. 각국을 넘나드는 투어 일정을 챙기는 중에도 그는 세상과 자신의 예술을 어떻게 연결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우리가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음악은 (AI가 미칠 위협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것이 바로 예술이 비롯되는 지점이니까요. AI가 더 발전하더라도 사람은 결국 AI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예술로 돌아갈 거예요. 물론 AI가 만든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건 흥미롭지만 결국 인간은 완전히 인간적인 무언가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당돌함과 성숙함이 함께 느껴지는 미우센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생의 특정 시점이나 과업을 목표로 내놓진 않았다. 대신 그저 끊임없이 발전하며 계속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기술과 AI가 이렇게 발달한 시대에 콘서트홀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멋진 홀에서 공연을 본 뒤에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음악에 대해 생각하면서 일상의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요. 전 10년이 지나도 계속 연주하며 음악가로서 발전하고 싶어요. 운동선수는 35세 이후론 더 발전하기가 어렵지만 음악가는 죽을 때까지 성장할 수 있잖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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