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작가의 꿈을 이룬 장류진 작가는 지금의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장류진 작가 제공 CMA
첫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고, 책이 술술 읽히다 보니, 그의 인생도 수월하게 풀려온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가세가 기울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한 아픈 가정사를 통과했고, 당장 월세 낼 돈도 없는 상황에 취업 원서를 내는 족족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어둠의 순간도 지나왔HMC투자증권 주식 다. 소설가란 꿈 역시 삶에 이리저리 치이며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어렵게 이뤄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장류진 작가는 "그런 과정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나 자신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주목받는 작가로 바로서기까지 어떤 인생 여정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나왔을까. 장류진 작가에게 질문을 건넸다. 원림 주식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외 일정도 많다고 들었는데, 해외 독자 반응이 궁금하다. ▲올해 초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홍보활동으로 바쁘게 지냈다. 최근 '달까지 가자'(2021)가 영어로 번역됐는데, 이후 다른 언어 번역 요청이 많이 들어와 관련 컨택을 많이 했다. 조만간 이태리 시에나외국어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주가변동성 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다. 해외 반응은 다행히도 좋은 편이다. 어떤 독자가 제 소설이 가만히 듣고만 싶은 노래보다는 떼창하고 싶은 노래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해외 독자들을 만나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해외 독자분들도 작품과 연관한 자기 삶을 많이 이야기해 주시는 편인데, 제 작품이 공감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 장류진 작가라고 하면 업의 전환을 이룬 후,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영역을 새롭게 선보인 작가로 여겨진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당시 업의 전환을 이룬 동력은 무엇이었나. ▲ '꿈을 이루기 위해 올인하자' 이런 건 아니었고, 진짜 각을 봤다.(웃음)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2019)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럴되면서 청탁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책 계약도 몇 건 하게 돼 회사를 그만둬도 할 일이 향후 몇 년간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이직 1년 되는 시기라 퇴직금을 받아 노트북 하나 장만하면 어떻게든 전업 작가가 되지 싶었다. 적어도 그때 등단작을 읽어주셨던 분들은 이후에도 내 책을 사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 습작을 8년간 했다고 들었다. 글쓰기는 오랜 꿈이었나. ▲어릴 때부터 읽기와 쓰기를 좋아했다. 친구들 반장 선거 연설문부터 대입 자기소개서 첨삭을 도맡을 정도로 쓰는 일이라면 다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 후엔 3년 정도 문화센터 소설 쓰기 강좌를 들었다. 그러다가 바빠져 잠시 중단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나 정말 글 쓰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글 쓰는 게 너무 재밌어서 막 쓰기 시작했는데, 주변에 등단하는 사람을 보니 모두 문창과(문학창작과)더라. '난 문창과가 아니어서 (등단이) 안 되나' 싶어 대학원을 알아봤다. 1년은 사이버대에 입학해 회사를 다니며 수업을 듣고, 나머지 1년은 동국대 문예창작과로 편입해 회사를 쉬면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이후 다시 IT 회사에 취직했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IT 회사 취직은 의외다. ▲사실 기자가 되고 싶었고, 실제로 수습을 하기도 했다. 근데 기자가 글만 쓰는 게 아니더라. 기사를 쓰는 것 이외의 모든 요소가 안 맞아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폭력적인 일들도 겪었다. 결국 취업 준비를 다시 했다. 당시 가세가 기울어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당장 다음 달 월세 낼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입사원서는 내는 족족 다 떨어졌다. '진짜 딱 하나만 돼라' 하는 시점에 IT 회사에 붙었다. 지금이야 IT 회사 인기가 높지만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초창기라 지금만큼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도 드디어 정규직이 됐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고, 협업하는 일도 적성에 잘 맞았다.
- 결과적으로 업의 전환에 성공해 작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꿈을 찾아갈 때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한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알기는 쉽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고 싫은 일은 감내하다 보면 하고 싶어지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내 꿈은 이거야. 이것만을 위해 달려가야 해'라는 태도보다는 잘 몰라도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맞는지를 알아보며 꿈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이미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꿈속에 사는 것 같다.(웃음) 직장 다니면서 문화센터 다니고, 대학원 다니면서 습작할 때 꿈이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띠고, 그걸 읽어주시는 독자가 생기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벌써 책을 4권이나 썼다. 심지어 다음 작품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고, 좋아하던 작가님들이 제 소설을 읽고 좋다는 인사를 먼저 해주시기도 하고, 더 나아가 해외에까지 번역이 되고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을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그 상을 제가 받기도 했다. 문득 비관적으로 '작가로서 더한 행운은 이제 없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해온 것에 만족한다. 거창한 꿈은 없다.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 글을 쓴다는 건 여전히 즐거운 일인가. 무엇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나. ▲장편이든 단편이든 도입부를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백지에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썼지'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독자가 내가 만들어 낸 세계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쓰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쓴다. 어렵고 힘들어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 그냥 쓴다. 너무 힘들어도 키보드에 손가락이라도 올리고 있는다.
- 글을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건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모순성, 다면성, 입체성을 가장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소설을 쓸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세상에 완전무결하게 선한 사람도 없고 혹은 100% 나쁜 악인도 없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소설에서도 인물을 구현할 때 그걸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착한사람/나쁜사람, 우리편/나쁜놈, 선/악으로 나눠진 서사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서사가 필요한 이야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로서 그런 서사를 즐겨 보기도 하는데, 쓸 때의 저는 인간을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그리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가진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고, 그 면의 질감도 각각 다르게 그리고 싶은 욕구가 크다. 인간을 다면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소설을 쓰다가 안 풀릴 때 돌려서 답을 얻은 적도 많다. 또한, 가독성과 리듬감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기 위해 퇴고도 많이 한다. 문장 안에서 리듬뿐 아니라 문장과 문장, 장면과 장면 전환 리듬에 공을 많이 들인다.
-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나 경험이 있나. 어떻게 통과했나. ▲금융위기 당시 가세가 크게 기울었는데, 나는 계속 취업이 안 되고 있을 때다. 어떻게 통과했다기보다는 하루하루 살다 나중에 뒤돌아보니 통과가 돼 있었다.
- 그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나. 동일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막상 힘든 상황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사실 그럴 때는 남의 조언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다만, 그럼에도 세상에 허투루 하는 경험은 없다고 하지 않나, 나중에 보면 현재 상황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 하이퍼리얼리즘이란 독자적인 문학의 영역을 창안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어떤 작가로, 혹은 여성으로, 인물로 기억되고 싶은가. ▲다른 건 없다. 그냥 작품이 좋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웃음) "나 이 작가의 이 소설 좋아해"라고 기억되면 너무 좋겠다.▶장류진 작가는 198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IT 업계에서 약 10년간 일하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연수' '달까지 가자',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을 썼다.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제7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