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발레는 황금기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과 솔리스트 전민철,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수석) 박세은, 네덜란드국립발레 수석 최영규, 보스턴발레 수석 한서혜와 채지영, 로열발레 솔리스트 전준혁 등 세계 최고 수준 발레단에서 주역급으로 활약하는 우리 무용수들 이름은 일일이 다 부르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창작 발레 '인어공주'에서 '왕자'를 연기하는 발레리노 김기민. 지금 그는 세계 최고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를 대표하는 수석 무용수다. /케이글로벌발레원
지금은 마린스키 솔리스트가 된 스포티지r 구매프로그램 전민철이 전막 발레 '인어공주'에 출연해 '왕자'로 공연하는 모습. /사진가 최영모
지금 세계 발레의 스타가 된 이들 모두가 학생 시절 땀 흘려 연습했던 공연이 있다. 영재였던 이들을 어엿한 무용수로 길러낸 ‘호랑이 선생님’이자 ‘발레 엄마’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명예교수가 직접 안무한 사업자채무통합 전막 발레 ‘인어공주’다. 2001년 초연 때는 한예종 발레 학생들이 한 해 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무대에서 직접 선보이고 점검받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지금은 무용수 실력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135분짜리 전막 발레로 진화했다. 그동안 미국,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의 세계 주요 극장에서 해외 관객과도 만났다. ◇국 씨티캐피탈 상담사 신진호 립극장 서는 韓 발레 샛별들
초연 뒤 25년을 맞는 올해 공연은 1200석 규모 대극장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내달 10일 막이 오른다. 그만큼 공연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주역 학생 무용수들의 수상 경력은 선배들만큼이나 화려하다. 어쩌면 곧 우리 발레의 미래가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 될 얼굴들. 발레 팬들에겐 제2의 박세은, 김기민, 전민철이 될 기대주들을 한 무대에서 보고 미리 점찍을 기회이기도 하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주역인 ‘인어공주’는 손민지(20)와 김민진(19)이 맡는다. 손민지는 지난해 세계 최고 콩쿠르 중 하나인 미국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시니어 여자 솔로 3위, 시니어 파드되 1위를 차지했고, 김민진은 올해 코리아 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 은상을 받았다. ‘왕자’ 역엔 이강원(20)과 성재승(19). 이강원은 2023년 역시 세계 최고 콩쿠르 중 하나인 미국 잭슨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 남자 은상을 받았고, 성재승은 올해 YAGP 시니어 파드되 1위, 시니어 남자 솔로 2위를 차지했다. ◇스승도 놀라게 한 예비 스타 무대
지난달 말 서울시발레단이 공연한 '더블 빌 : 유회웅 × 한스 판 마넨' 공연 중 유회웅 안무가의 'No More' 무대에서 춤추는 강경호 무용수. /세종문화회관
이번 공연의 ‘마법 문어’는 지난해 무용 경연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하며 어디서나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가 된 한예종 졸업생 강경호(24) 발레리노가 출연한다. 강렬한 마스크만큼이나 무대 위 감정 표현에 강한 무용수다. 그 역시 2019년 코리아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 1위, 2022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시니어 2위에 오른 실력자다. 올해 공연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지휘자 안톤 룹첸코가 새롭게 완성한 음악의 세계 초연 무대. 룹첸코가 직접 지휘도 맡는다. 의상도 마린스키 극장 의상 디자이너 타티야나 노기노바의 작품이다. 무대는 제14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예술상을 받은 신재희 무대 디자이너가 새롭게 작업했다. 무엇보다 안무가 유회웅이 재안무, 김현웅 한예종 교수가 협력 안무를 맡아 현대적 신체 언어로 새롭게 구성했다.
발레리나 박세은의 창작 발레 '인어공주' 공연 모습. /케이글로벌발레원
김선희 교수는 제자들 어린 시절의 ‘인어공주’ 무대 위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파리오페라 세은이는 10대에 이미 주역으로 전막을 소화하기 위해 힘을 배분하는 감각을 타고난 것처럼 보였어요. 그때도 높이 뛰고(그랑 소테·grand sauté) 도는(피루엣·pirouette) 걸 그렇게 잘하더니, 지금은 세계 최고로 잘하죠. 남자 무용수들은 어떤 작품에서든 점프가 많은데, 마린스키 기민이는 어릴 적에도 한 번 뜨면 땅으로 안 내려오는 느낌이랄까. 공중에 ‘둥~’ 떠 있는 것 같았죠. 마린스키 민철이는 에너지를 밀고 당기고 연결하는 섬세함이 있었어요. 남성 무용수들이 갖기 힘든 장점이죠.” 스승의 제자 자랑엔 끝이 없다. 멀지 않은 미래, 이번 ‘인어공주’ 무대에 오르는 제자들이 스승의 또 다른 자랑이 될 것이다. 공연은 10~12일 사흘간 4회. 3만~10만원.